Picked Up RED STORM (NOVEL) Translation? [Raws Provided]

StaticHD · Nov 1, 2015

I asked allot of Korean-Novel Translation groups - but I really don't understand why it has been so difficult to get this novel translated.

Red Storm Novel Info: https://www.wlnupdates.com/series-id/2975
Red Storm has a Webtoon: https://www.mangaupdates.com/series.html?id=97730
It has a decent fanbase, so taking this as a project would only increase your potential viewer-ship.

I gave up on the INTERNET, and tried asking my girlfriend's step-mom because she grew up in Korea and knows the language very well. She said the novel doesn't interest or motivate her enough to do it for free and that I would have to pay her thousands of dollars to get it done. I then told her that I don't have that kind of money to give. She looked at me up and down, saying that she'd agree to do it without pay - if, and only if, I'd agree to have sex with her as compensation. This woman is very attractive (a total MILF), but she definitely knew how intimate her step-daughter and I were. At this point, I didn't know if she was really serious - she could be testing my loyalty to her step-daughter. I told her that she was crazy for that insanely provocative suggestion. She chuckled and then erotically walked away saying that I wouldn't be able to handle her - she said this while bending down showing me her behind in an inviting manner - as if to mock me. It was at that moment that she saw the hungering-reaction that my face expressed. Seductively, she walked towards her bedroom door and used her fingers to give me the "come here" gesture. I did not know how I managed to harden my resolve, but I told her that the love I have for my girlfriend is far above any novel translation - and then I took my belongings quickly left the premises.

I understand that my girlfriend's dad is a productive businessman - working in different countries and is rarely home. But I still don't understand why her step-mom would want to attack me - her step-daughter's boyfriend. I told my girlfriend about the recent situation, but she doesn't believe me - laughs while saying that it could only happen in my dreams. It's true, I've often dreamed about her step-mom, but never in a million years would I have thought this to happen!

I'm sorry for ranting. I'm just tired of this situation. Can someone save me from this NTR tempting-depravity? I do not want to be forced to commit adultery just to get a Korean novel translated. Please, may I ask that someone attempts to translate, at least, one chapter from the first volume of the Red Storm Novel?

Below is a spoiler to the text from chapter one of vol.1 that I've managed to scrape from a Korean e-book website:

Source 1, Source 2

레드스톰
지은이 노경찬
발행인 김명국
발행처 주식회사 인타임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4 라이프콤비 322호
■Tel 070)7886-7911
■Fax 02)6008-7769
■홈페이지 www.in-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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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식회사 인타임이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본서의 내용을 무단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레드스톰

1권 1회

작가 서문

또다시 책을 볼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지금 첫 장을 열어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
항상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소설을 집을 때 꼭 작가 서문을 읽는 버릇이 있어서, 쓸 말이 없음에도 살짝 키보드를 하나하나 눌러 봅니다.
제가 생각했던 생각을 하나하나 글로 옮기다 보면, 과연 이 글로 제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독자 분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그토록 훔치고 싶어 하는 글의 기술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뚫어지게 보면서, 수십 번 읽어 내리면서 내 것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많은 시간을 고민하여 제가 읽었을 때 만족할 만큼의 글을 쓰려 노력합니다.
그런 노력으로, 제가 좋아하는 글 한 문장을 수십 번 중얼거리며, 혼자 웃고, 울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제가 보여 주고 싶은 한 문장이 독자 분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순전히 독자 분들의 판단이시겠지만, 그래도 이 글을 보시는 동안이라도, 시간을 잊고 잠시나마 즐거우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강호이야기 올림∼!
프롤로그

율리안 프로보크.
붉은 폭풍Red Storm과 함께 사막을 휩쓸었고, 사막의 정복자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수백 년 만에 사막을 통일시킨 영웅.
이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방인
그는 강했고 나의 스승이 되었다.
소년은 부족 내의 또래 중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몸이 날랬다. 누구보다도 생각이 깊었고 행동이 무거웠다.
파레이아의 그로우(빛나다, 타오르다라는 뜻으로 부족의 빛을 발하는 자=왕)와 파레이아의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은 그래서 부족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율리안 프로보크. 그는 벌써부터 다음 대의 그로우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빨리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답지 않은 의젓함을 갖추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해서였다.
소년은 피르마Pirma(사막에서 타고 다니는 동물의 일종)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소년은 파레이아 족에서 누구보다 피르마를 잘 탔고, 그 솜씨는 부족 내에서도 몇 없는 피르마 마스터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파레이아 족의 사람은 누구나 피르마를 잘 탔다. 파레이아 족 말고도 사막의 부족 모두가 피르마를 잘 탔다.
피르마는 거칠고 메마른 사막에서 가장 잘 달리는 동물이기도 했고, 사막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많이 먹지 않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남자고 여자고 고삐를 쥘 수 있는 나이만 되면, 피르마 위로 올려 태워지는 것이 사막 민족들의 삶이었다.
하지만 율리안은 그런 사막의 사람들 중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피르마 위에서 소뿔 가득히 물을 담고 달려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호흡과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율리안이었다.
율리안을 태운 피르마는 붉으면서도 약간은 노르스름한 모래밭 위를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달리는 시간이 좋았다. 가슴이 꽉 막혀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렇게 조금만 달려도 전신에 쾌감이 돌았고, 큰 숨이 뻥뻥 터져 났다.
속도감에 골치 아픈 것들도 잊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더더욱 복잡해진 가족 문제, 그로우의 아들로서의 책임감 등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응?”
율리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한 곳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어렴풋이 뭔가 희끗희끗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그리고 좀 더 오래 지켜보고 그것이 사람이라고 깨달은 율리안은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오아시스도 사람의 걸음으론 하루 거리가 넘는데, 피르마도 타지 않고 어떻게 여기에 사람이?”
율리안은 혹시 타 부족에서 추방당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사막의 모든 종족들은 아무리 무거운 죄를 저질러도 절대 죽이지 않았다. 다만 오아시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던져 놓을 뿐이었다. 이것을 신의 심판으로 믿었고, 살아 돌아온다면 다른 벌로 감량시켜 받아 주지만, 죽는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막의 날씨는 극과 극이다.
하루의 반은 매우 뜨겁고, 하루의 반은 몸이 시릴 정도로 매우 추웠다. 그런 곳에 아무것도 주지 않고 던져 놓으면 천의 구백구십구가 죽는다고 봐야 했다. 그것도 매우 좋게 봐준 확률이었다.
타 부족의 죄인을 도와주는 부족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이것은 사막 부족들의 규칙이었다.
이렇게 내쳐졌다는 것은 중죄인임을 의미했기 때문에 동정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
율리안도 그냥 그렇게 지나치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응?”
율리안이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의 옷차림은 사막 부족의 옷차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의문의 소리를 내었다. 대륙의 문물이 그려지고 설명이 적혀 있는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복장이었다.
“대륙에서 온 이방인인가?”
그렇다면 이곳까지 온 것이 설명되었다.
가끔씩 서대륙에서 이 붉은 사막을 건너 동대륙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운송 기간의 단축을 노린 상단이 대부분이었지만, 모험가 일행들도 간간이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 대부분은 실패했다. 사막을 건너려면 사막 사람들의 힘이 필요했다. 아무리 뛰어난 로드 파인더Road Finder(길을 찾는 사람, 여행의 안내자를 뜻함)도 사막에서는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아주 간간이 사막 길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사막 사람들의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사막의 모든 오아시스는 아무리 적은 양의 물이 있다 하더라도 사막 사람들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수시로 불어오는 모래 바람과 가장 무서운, 흐르는 모래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라도 단숨에 삼켜 버리는 존재인 데다, 사막에서 평생을 산 사람들도 위치를 모두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막은 컸기 때문이다.
율리안은 피르마를 돌려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 보자 과연 사막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이방인이었다.

“노인장.”
율리안은 피르마에서 내려 이방인을 큰 소리로 불렀다. 백발이 희끗희끗한 이방인은 매우 지친 듯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노인장.”
율리안은 몇 차례 이방인을 계속 불렀으나 대답이 없자, 정신을 잃었는지 아니면 이미 숨을 거두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그를 만졌다.
율리안이 노인의 어깨를 건드리는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담량이 큰 율리안마저도 깜짝 놀라 급히 손을 떼었다.
“%#@$?”
이방인의 입에서 전혀 듣지 못한 말들이 터져 나왔다.
율리안은 사막의 언어 말고도 동대륙어, 서대륙어를 모두 알고 있었다. 마음에 하나의 꿈을 품은 순간부터 배운 것들이다.
하지만 노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혀 들어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혹시 대륙어는 하실 수 있습니까?”
율리안은 똑같은 뜻으로 동, 서 대륙어를 모두 말했으나, 노인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
노인은 율리안과 말이 통하지 않은 것을 깨달은 듯 혼잣말로 뭐라고 말했다.
말은 통하지 않으나 노인이 이 위치에서 무엇을 원할지는 잘 알고 있는 율리안이었다.
피르마에게 다가가 안장에 달려 있는 커다란 가죽 물통을 빼내어 노인에게 건네주며 물을 마시는 시늉을 하자, 노인은 가죽 주머니의 마개를 빼내어 물을 마셨다.
“^%$#@.”
노인은 가죽 주머니를 율리안에게 넘겨주며 또 뭐라 하였으나, 율리안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노인을 이곳에 버려두고 갈 수는 없는지라, 율리안은 피르마의 안장을 두들기며 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젓고 먼저 가라는 손짓을 했다.
율리안은 의아했지만 천천히 피르마를 움직이자, 노인은 그 뒤에 따라붙었다.
‘설마 걸어서 피르마를 따라오려고 하는 것인가?’
율리안은 속으로 웃으며 천천히 움직이자, 노인은 답답한 듯 율리안을 툭툭 쳐 자신을 보게 하고 나서는 빠르게 손짓을 하였다.
‘정신이 약간 이상한 노인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한 율리안은 노인의 계속되는 손짓에 조금 빠르게 움직였지만, 노인은 곧잘 따라붙었다.
‘잘 뛰는 노인이군. 이 정도의 속도라면 이름난 전사도 힘겨울 텐데…….’
호기심이 든 율리안은 피르마의 속도를 점점 빠르게 했지만, 노인은 전혀 힘든 표정을 짓지 않고 따라오자, 신기하면서도 호기심이 일어 피르마를 전속력으로 달리게 했다.
‘이럴 수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피르마의 옆으로 노인이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당신은 마법사입니까?”
율리안은 부족의 주술과 비슷한 마법이라는 것이 대륙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노인에게 묻자, 노인은 빙긋 웃을 뿐이다.
“아! 말이 통하지 않았지. 하지만 통역 마법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는데 마법사라면 왜 그것을 쓰지 않지?”
율리안은 의아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노릇. 노인이 따라오는 것을 보며 율리안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마을에 도착한 율리안은 노인을 자신의 파오Paoe(사막에서 머무르는 집으로, 평균적으로 높이 이 미터의 원통형 벽과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다. 벽과 지붕은 사막에서 자라는 강인한 나무줄기를 골조로 하고, 그 위에 하얀 천을 덮어씌워 이동할 때 쉽게 분해, 조립할 수 있다)에 머물게 했다.
사막 사람들은 손님을 좋아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대한다. 율리안도 사막 사람이라 당분간 노인을 돌보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파오에 머물게 했다.
밤이 되자 가족들과 전사들에게 노인을 소개시켜 주고는 당분간 이곳에 머무를 것이라 당부했다.
그러나 노인의 신기한 달리기 재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피르마를 따라왔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여 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할 수도 없었다.
율리안과 노인은 파오에 같이 머물기 시작했다.

노인은 신비한 사람이었다. 대부분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하는 것은 별다를 것이 없었으나, 밤에는 파오 밖으로 나가서는 율리안에게 여러 가지를 보여 주었다.
인간이 그렇게 빠르게, 그렇게 높게, 그렇게 멀리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안 율리안이었다.
자신이 아는 한 사막의 그 어느 전사도 그런 식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노인은 그것을 율리안에게만 보여 주었다.
낮에는 그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관찰하거나, 파오 안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율리안은 이 노인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에게 그 움직임 등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요 며칠 동안 노인과 손짓과 몸짓으로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은 되고 있었다.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율리안에게 말과 글을 배우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해 왔다.
“서로 가르쳐 주면 되겠네요.”
율리안은 즐거워하며 노인에게 글과 말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은 노인의 움직임을 배우고 싶었으나 웬일인지 노인은 입을 벙긋벙긋 열 뿐 가르쳐 주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아, 말이 통해야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군요!”
율리안은 금방 노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노인의 글과 말을 가르쳐 주는 것에 열정을 다했다.
노인은 매우 영리했다. 아니 천재였다.
말을 한 번 가르쳐 주면 절대 잊어 먹은 적도 없을뿐더러, 글 같은 경우는 말보다 더더욱 빠르게 배웠다.
노인에게 글과 언어를 가르쳐 준 지 딱 보름 만에 짤막하지만 노인과 말로써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노인에게 있어서 사막의 말은 이제 단어를 어찌 말하느냐만이 남았을 뿐이다.
“고맙다.”
노인이 첫 번째로 한 말은 그것이었다.
“노인께서는 정말 현명하십니다. 정말 빨리 배우시는
군요.”
“잘 가르쳐 준 덕분이다.”
“이제 사막의 언어를 배웠을 뿐입니다. 노인께서 원하신다면 동대륙어와 서대륙어까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맞아, 난 더 배워야 해.”
노인의 대답에 율리안은 은근슬쩍 물었다.
“노인께서 보여 주신 움직임을 배우고 싶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 가르쳐 주지 못한 것이다. 말도 못
하고, 그냥 가르쳐 주기에는 내가 가진 것은 어려운 것이
거든.”
“기대가 됩니다.”
율리안의 말에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의 무골은 매우 훌륭해 무공을 배우기 적합하다. 너의 나이는 몇이냐?”
“이제 열세 살입니다.”
율리안의 대답에 노인은 기뻐하며 말했다.
“너의 체격으로 보아 그보다 훨씬 많을 줄 알았다. 다행이구나. 원래 무공이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것이 낫다. 심법은 늦을수록 효과가 적으니.”
율리안은 노인의 말 중에서 몇 개의 단어는 알아듣지 못했으나, 노인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는 그냥 좋다고만 생각했다.
“음… 관계를 어떡해야 하나?”
노인은 눈앞의 소년과의 관계를 어찌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은 은근히 중요한 문제였다.
‘이곳은 이계에 종교도 다르고 종족도 다르다. 제자로 맞이하기에는 무리가 많은데…….’
노인은 자신이 온 중원에서도 제자를 두지 않았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귀찮았다.
‘하지만 그냥 어설프게 가르쳐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이 소년은 나의 생명의 은인인데…….’
다짜고짜 이곳에 떨어트린 미륵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 근 삼 일간을 사막을 헤맸던 노인이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았다, ‘별의 움직임으로 사람이 사는 곳을 못 찾겠느냐?’라는 자만심이 팽배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 방향감각이 제대로 서지 않는 곳에서 거의 제자리를 뱅뱅 돌기 시작했다. 천문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고, 자신의 무공으로도 이 넓은 사막을 다 뒤져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곳은 첫날에는 태양이 두 개가 떴고, 그다음 날에는 세 개였고, 삼 일째 되던 날에는 다시 한 개의 태양이 떴다. 방향조차 제각기였고 밤에는 달이 그러했다.
방향감각이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미륵이 뜻이 있어 이곳에 보냈으니 이렇게 죽지는 않겠지만, 짜증이 솟구쳐 바닥에 앉아 다시 삼 일을 그렇게 보내다가 만난 첫 번째 이계의 사람이었다.
‘이 천명운이 언제 그런 것을 따졌는가? 좋으면 좋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 나를 도와주었으면 마땅히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 주어야지.’
천명운은 그렇게 결정 내리고 눈앞의 소년을 자신의 제자로 맞이하기로 마음먹고는 말했다.
“무공을 함부로 전수할 수는 없다. 너는 나에게 스승에 대한 예를 올려야 하는데, 너는 내 제자가 되겠느냐?”
천명운이 자신이 모르는 단어는 중원의 말로 했기 때문에, 율리안은 계속해서 제대로 된 뜻을 전해 받지 못해 물었다.
“스승… 예… 제자가 무슨 뜻입니까?”
“가르쳐 주는 사람이 스승, 배우는 사람이 제자이고, 제자가 스승을 모시는 형식을 예라 한다.”
천명운의 대답에 율리안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넌 종교가 있느냐?”
“없습니다.”
“좋아. 넌 이제부터 나에게 아홉 번을 절해야 하고, 조사에게 절을 해야 하고 그리고 종교를 가져야 한다.”
곧 율리안이 천명운에게 구배지례를 올리고 동쪽을 항하여 다시 절을 하고, 천명운에게 교리부터 전수받고서야, 이윽고 무공과 심법을 배울 수가 있었다.
“음… 나의 성은 천이고 이름은 명운이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율리안 프로보크입니다.”
“그럼 프로보크로 불러야 하느냐?”
“그것은 저의 성이고, 율리안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이름이 참 요상하군.”
하지만 율리안에게 있어서는 천명운이 더 요상할 뿐이
었다.
노인과 소년은 스승과 제자가 되었다.

“처음 배우는 것은 숨 쉬는 법과, 숨을 쉬지 않는 법
이다.”
“네?”
천명운의 말에 율리안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반문했다.
“두 번 말하게 하는구나. 네가 처음 배울 것은 숨 쉬는 법과, 숨을 쉬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무슨……?”
퍼억!
천명운의 주먹이 율리안의 복부를 강타하자, 율리안은 신음과 함께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욱! 스승님, 왜 때리십니까?”
“내게 배울 때의 규칙을 설명해 주마. 첫 번째, 내 말에 절대 토를 달지 않는다. 무조건 알겠습니다. 알겠느냐?”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퍼억!
“이야기해 줘도 말을 듣지 않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난 내 말을 안 들으면 팬다. 그것이 두 번째 규칙이다. 알겠
느냐?”
“그런…….”
천명운의 주먹이 올라오는 순간 율리안은 급히 말을 바꾸었다.
“알겠습니다.”
“좋아. 바로 그거다. 내 말은 무조건 맞으니 너는 그저 배우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쉬운 방법이냔 말이다.”
“맞습니다.”
율리안의 빠른 적응에 천명운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율리안은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었으나 이것이 스승의 가르침 방식이라면 다시는 불평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막에서도 배움은 혹독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가르쳐 줄 때도 그러했고, 선배 전사가 후배 전사에게 가르침을 줄 때에도 그랬다.
배움에 있어서 이견이란 있을 수가 없었고, 귀담아듣지 않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가 없었다.
사막이란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자세히 들은 한마디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는 지식이 되는 곳.
그래서 사막의 모든 부족은 자신의 부족 안에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경할 줄 알았다. 그들의 삶의 지식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율리안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고, 천명운의 말을 따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숨을 쉴 때는 속으로 다섯까지 셀 때까지 계속해서 들이쉬고, 내뱉어야 할 때는 속으로 열을 셀 때까지 내뱉어라. 주의할 점은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고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 보거라.”
율리안은 천명운의 말대로 천천히 숨을 쉬고 내뱉었다.
“또 하나의 주의 사항은 배의 움직임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숨을 쉴 때는 배가 들어가야 하고, 내뱉을 때는 배를 불룩하게 만드는 것.”
율리안은 그대로 따르며 말했다.
“생각보다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등으로 숨을 쉰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편할 것이다.”
‘등으로 숨을 쉬어?’
율리안은 천명운의 알 수 없는 말에 의문이 났지만, 일단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등으로 숨을 쉰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숨을 들이쉬니 천명운의 처음 말대로 하는 것이 조금은 쉬워졌다.
“이렇게 계속 숨을 쉬어야 합니까?”
율리안의 물음에 천명운이 대답했다.
“내 무공은 처음이 가장 어렵다. 너는 이 호흡법을 깨어 있는 순간까지 계속하여야 한다. 사실 자는 시간에도 계속해야 하지만 아직은 무리일 터. 하지만 확실한 것은 네가 이 호흡법을 놓치지 않고 계속한다면, 나의 무공을 배우기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자는 시간까지 줄이면 조금 더 편하겠지. 빨리 익숙해지고 완전히 몸에 각인되어 잘 때도 이렇게 숨을 쉬어야 하니까.”
이것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율리안이 생각하는 사이, 잠깐 가르쳐 준 대로 호흡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숨을 쉬는 순간, 머리에 강렬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빠악.
“악! 스승님, 왜 또 때리십니까?”
“금방 가르쳐 주었는데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느냐? 너는 나의 첫 번째 제자이자 마지막 제자이니 엄히 가르쳐야지. 네놈이 형편없으면 스승인 나까지도 형편없어지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이렇게 때리십니까?”
빠악.
다시 전해져 오는 강렬한 통증.
“말대꾸는 허락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 달간은 네 몸에 밸 때까지 오로지 이 호흡법만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한 달 안에도 이렇게 잊어버리면 실제 무공을 배우는 시간은 늦어지는 것이지.”
“이 호흡법을 통해서 얻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 하나만 확실히 말씀해 주시면 다시는 말대꾸하지 않겠습니다.”
율리안의 항변에 천명운은 다시 때릴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단 보여 주고 나서 때려도 늦지 않는 것이다.</p> <p class="body" style="font-size: 10px;">“잘 보거라.”
천명운은 율리안에게 말하고는 파오 중앙을 지탱하고 있는, 큰 나무 기둥에 다가가더니 손가락을 들어 나무 기둥을 눌렀다.
율리안은 천명운이 무엇을 할 것인지 기대에 차 있다가, 천명운의 손가락을 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천명운의 손이 마치 종이를 뚫듯이 나무 기둥에 손가락을 통과시키고 있는 것이다.
천명운이 손가락을 빼자 나무 기둥엔 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렸다.
“딱 십 년만 그 호흡법을 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약속하겠다. 물론 네 녀석이 열심히 잘 따라 준다는 전제 조건에서 말이다.”
“물론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한 대 맞거라. 아까 말대꾸했으니까.”
“스승님, 그건…….”
빠악.
천명운의 나무도 뚫는 손가락이 율리안의 이마를 강타했다. 하지만 어떻게 때리는 것인지 엄청난 통증과 소리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에 율리안의 모습은 멀쩡했다.
“때리는 것도 다 기술이 있는 것이야. 네 녀석의 피륙에 상처라도 나면 네 아버지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느냐?”
천명운은 태연히 말하며 씩 웃었다.
율리안은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율리안은 자신 스스로가 깡다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한 달 만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인간적으로 천명운의 손은 너무 아팠던 것이다.
천명운은 율리안의 곁에서 붙어 다니며, 율리안의 호흡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순간에 여지없이 손가락을 튀겨 율리안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옆에 붙어 있다가 때리니, 율리안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아침 해를 맞이하기가 일쑤였다.
살이 쪽쪽 빠지는 율리안을 보며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걱정했지만, 율리안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스승이 보여 주던 그 한 수. 그리고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 적응하지 못하겠느냐라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렇게 한 달이 약간 안 될 때쯤 율리안의 매 맞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역시 때려서 안 되는 것은 없어.’
천명운은 자신의 지도법에 만족감을 느끼며, 이제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율리안.”
“네, 스승님.”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니 이제 너에게 다른 것을 가르쳐 주겠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이번에는 걷는 법, 달리는 법, 앉는 법, 눕는 법이다.”
“성심성의껏 따르겠습니다, 스승님.”
한 달 동안 천명운에게 많이 적응한 율리안이었다. 그랬다. 천명운은 독재자였다.
“이번엔 그런 것을 왜 배우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는
구나?”
“다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감히 스승님에게 반문을 하겠습니까?”
“많이 나아졌구나. 잘 듣거라. 자고로 사람은 자세가
바로 서야 한다. 당분간은 역시 이것만 바로잡을 것이니라. 물론 바르게 수면을 취하는 자세도 있다. 무슨 뜻인지 알
겠지?”
“아… 물론입니다.”
율리안은 다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겨우 제대로 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세였다.
“금방 적응하리라 본다. 그래야 하고.”
“하하하. 물론입니다…….”
“그럼 시작해 보자. 나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하하하…….”
율리안은 도합 세 달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달이 지나고 천명운이 율리안을 불러 물었다.
“너는 무엇을 위해 무공을 배우려 하지?”
천명운의 근엄한 표정과 눈빛에도 율리안은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평생의 목적이 될지, 아니면 과정이 될지는 자신도 몰랐지만 생각은 늘 해 왔던 것.
“전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전사란 무슨 뜻이냐?”
“용감해야 하며, 강해야 하고, 종족을 배신하지 않는 신의가 있어야 합니다. 사막의 남자들은 모두 전사가 되어야 합니다. 전사의 의무는 종족을 지키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존중받을 권리를 얻게 됩니다.”
“모든 남자들이 전사라면 특별한 것도 없지 않느냐?”
천명운의 질문에 율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로우가 될 사람입니다. 그래서 전사 중의 전사, 특별한 전사가 되고 싶습니다. 싸움에서는 지지 않고, 모두에게서 존중받는 전사 말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율리안은 자신이 갈 길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추구하고 있었다.
천명운은 재미있었다.
제자로 받아들였지만 그의 열정에 조금은 놀란 상태였다. 중원에서도 이렇게 기를 쓰고 무공을 배우려는 자는 많았지만, 이 아이는 왠지 달랐다. 행동과 눈빛에서 독기 같은 것을 천명운은 보았던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은 보아 왔지만, 그래도 왕의 아들이라면 절대 부족한 것은 없을 터. 왜 이 아이가 이렇게 독기를 품게 되었을까?’
천명운은 자신의 제자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까지 배우려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전사가 되려는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율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말아 쥔 주먹 속에서 손가락이 율리안의 손바닥을 파고들었으나, 율리안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사막의 율법. 피의 복수는 정당한 살인의 이유가 됩
니다.”
율리안의 대답에 천명운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이유가 궁금한 것뿐이었다.
아! 하면 어! 한다고, 대충 짐작이 가는 천명운이었다.
“좋아, 그럼 어떻게 해야 그로우가 될 수 있느냐?”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노력하면 됩니다. 속담에, 달리는 피르마는 사랑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놀지 않고, 잠드는 시간을 줄여 남들보다 더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그로우가 될 때쯤이면 제가 한 일에 크나큰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천명운은 어린 제자의 대답에 매우 흡족해했다. 저 나이에 저렇게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사내도 드물었다.
거침없이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듯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자고로 이런 사내는 거침없이 나아가기 마련이다.
“몇 가지만 고치자꾸나.”
“무엇을 말입니까?”
“자신을 소중이 할 줄 모르는 자는 왕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의 소중함도 모르면서 어찌 남이 소중한지 알겠느냐? 남을 생각하기 전에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본능이다. 일단은 그것부터 충실하는 것이 낫겠다.”
율리안은 알 듯하면서도 아리송한 이 말을 곰곰이 곱씹다가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천명운은 빙그레 웃고는 다시 물었다.
“그런 전사들의 왕이라면 전사들을 이끌고 하는 집단전도 잘해야겠구나?”
“네!”
율리안의 대답에 천명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커다란 검이 있느냐?”
“네?”
“커다란 검 말이다.”
천명운이 두 팔을 벌려 표현하자 율리안은 무엇인지를 깨닫고 대답했다.
“아, 투 핸드 소드Two Hand Sword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하지만 사막에서는 모두 샴시르를 씁니다.”
“그 휘어진 도 말이구나.”
“네.”
“달리면서 베기에는 좋겠으나, 대량 살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지. 그 샴시르라는 무기와 검법을 가르쳐 주겠다.”
“무기술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까?”
“내 손에 든 건 모두 무기다. 맨손이 더 편하기는 하지만.”
샴시르는 보기에는 쉬워도 실전에서 쓰기는 꽤나 까다로운 무기이다.
도신이 기형적으로 휘어졌기 때문에 웬만한 휘두르기로는 그 효과를 노리기가 어려웠다. 물론 숙달만 된다면 샴시르만큼 베기를 가진 무기도 없었다.
하지만 스승이 그것을 넘어서 자신의 손에 든 것은 모두 무기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자, 율리안도 부쩍 의심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웨펀 마스터Weapons Master는 들어 보지도 못했다.
율리안의 눈을 보며 이 제자가 의아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천명운은 빙그레 웃었다.
“네 허리에 찬 것을 줘 보거라.”
율리안이 허리에 찬 샴시르를 건네주자, 천명운은 샴시르를 받아 스윽 도신을 훑어보고는 가볍게 휘둘렀다.
위이이이잉∼.
너무나도 청명한 울림이 들려왔다.
손가락으로 튕긴 것도 아니고, 어디에 부딪친 것도 아니었으며, 다만 휘둘렀을 뿐이다.
율리안은 이 광경에 스승의 행동을 제대로 지켜보려고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천명운이 물었다.
“뭘 그리 보느냐?”
“스승님이 샴시르를 쓰시는 것을 자세히 보려고.”
“이미 쓰지 않았느냐?”
“네?”
천명운이 턱짓을 하며 뒤를 보라는 시늉을 했고, 율리안은 급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어느새?”
율리안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파오의 입구를 막은 커다란 천이었다.
하지만 커다란 천은 일직선으로 곱게 잘려 있었다. 펄럭이는 천을 샴시르로 베는 것은 아무 전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스승은 열 걸음 이상 떨어진 자리에서 해내지 않았는가?
율리안은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도 자꾸 의심하는 자신의 무지를 탓하며 천명운에게 달려들었다.
“스승님, 저도 가르쳐 주세요. 당장.”
자신의 소매를 잡고 매달리는 율리안의 말에, 천명운은 당황하면서도 은근히 흐뭇했다.
지금 율리안의 행동이 자신이 내심 부러워했던 어느 사제지간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 제자도 덩치가 산만 했고 그 사부는 조금 왜소한 편이었다.
하여간 천명운은 크게 기꺼워하며 자신의 소매에 매달린 율리안을 그대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열심히만 하거라. 그럼 된다.”
“네, 스승님.”
율리안은 신이 난 듯 대답했다. 드디어 배우는 것같이 배우는 것이다.
솔직히 숨 쉬는 법, 바르게 걷는 법 등은 이것이 배우는 것인지, 아닌지 도통 구분할 수가 없었다.
율리안이 허공에서 발을 띄운 채 대롱대롱 매달리며 대답하는 것을 보고 천명운은 웃음이 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그만한 각오라면 나도 그만한 각오로 맞아 주어야지. 그래야 스승에 대한 체면이 설 거야.’
천명운은 이제껏 율리안을 패 가면서 기본을 전수하고 있었지만, 사실 어느 정도의 사정을 봐주며, 진도에 맞추어 가며 무공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하지만 제자가 이런 마음이면 이제 자신의 눈높이에서 다그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왕 가르칠 것이면 제대로, 화끈하게 가르쳐야지 장부지. 암, 그게 스승의 참 도리일 것이야.’
천명운은 스스로 그렇게 다짐하며 말했다.
“일단은 대장장이에게 주문을 하여 커다란 검부터 만들도록 해라. 크면 클수록 좋다. 네가 피르마를 타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면 되겠지.”
“네. 폭과 무게는 어떻게 하지요?”
“중검은 무겁고 튼튼할수록 좋다.”
“네.”
율리안은 씩씩하게 대답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고통이 커다랗게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장장이는 피곤했다. 파레이아 부족의 가장 큰 오아시스의 대장장이는 두 명이었지만, 어린 그로우는 자신만을 찾아와 재촉을 했다.
하기는 자신은 샴시르를 만드는 대장장이였고, 또 다른 대장장이는 수리하고 날을 벼리는 대장장이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말이다.
어린 그로우가 원하는 것은 커다란 검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대장장이는 며칠간 계속 시달리자 결국에는 다른 모든 일을 미뤄 두고, 어린 그로우의 검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
였다.
처음 어린 그로우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자신이 어린아이의 장난에 넘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린 그로우의 조건과 요구는 말도 되지 않았다.
검신이 이 미터가 넘어가고, 통으로 모두 무쇠를 써 달라니, 자신의 기술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검신과 손잡이, 이음새 부분에서 안쪽 철을 긁어내어 조금이라도 가볍게 할 수도 있지만, 어린 그로우는 그것마저 원하지 않았다.
‘무쇠로 만든 검신 이 미터짜리 양손 검이라…….’
세상에 어느 전사가 있어 이만한 무게의 검을 들고 전쟁터에 나설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있다면 꼭 만나 봐야 할 만한 전사일 것이다.
하지만 있다 하더라도 이런 검은 백병전에서나 간신히 사용할 수 있을 뿐이지, 사막의 피르마전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 무기였다.
“도대체 이 검을 어디다가 쓰시려 하십니까?”
“전사가 검을 필요로 할 때는 이유가 하나뿐이지, 여러 가지가 있나?”
율리안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이 대답하자, 대장장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린 그로우께서는 아직 성인식도 치러 내지 못했는걸요. 그리고 이런 검은 어른 전사들도 다루지 못할 겁니다. 더더군다나 피르마 위에서는 발에 힘을 줄 수 없으니 휘두를 수조차 없을 거구요.”
물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는 스승을 믿었다. 스승이 이거면 이거고, 저거면 저것인 것이다. 이런 검을 만들어 오라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철이 부족하면 말해. 집에서 무기들을 몇 개 빼 와서 줄 테니까.”
율리안의 말에 대장장이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이고, 그런 뜻이 아니지 않습니까? 파레이아 장인은 무기를 만들 때는 철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사는 철을 구해 오고 장인은 그저 만들 뿐이지요.”
“그럼 그렇게 만들어 주길 바라. 다 필요한 데가 있으니.”
대장장이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대검을 만들려면 튼튼한 샴시르를 네 개는 더 만들 수가 있었다.
철은 부족에 있어 귀중한 물건이었다. 식량만큼이나 중한 물건이었다.
과연 이 장난 같은 일에 그만한 철을 소비해야 하는지 대장장이는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대장장이는 승낙했다. 모두에게 기대를 받는 어린 그로우인 것이다.
“좋습니다. 하지만 잘 다루어 주셔야 합니다.”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율리안은 싱글벙글 만족해하며 돌아갔고, 대장장이는 크게 기지개를 펴며 작업 준비를 시작했다. 통짜로 된 무쇠 무기는 망치질하기도 벅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그로우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며칠 후 대검은 완성되었고, 율리안은 그것을 가지고 갈 때 질질 끌며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전신이 철이니 무게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못해도 최소 오십 킬로그램은 가뿐히 넘어갈 것 같자 율리안도 내심 걱정이 들었다. 스승이 어떤 식으로 가르쳐 줄지 말이다.
“일단은 팔 힘을 길러야겠지. 이 검을 드는 일은 나중이 되려나?”
율리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들어가 검을 천명운에게 보여 주자 천명운이 말했다.
“튼튼해 보이는구나. 끌지 말고 들어 보거라.”
스승의 말에 율리안은 대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읍!”
율리안은 짧은 기합과 함께 배에 단단하게 힘을 주고, 팔꿈치를 두 다리에 붙이고, 간신히 들어 올릴 수가 있었다.
놀랄 일이었다. 정확히 오십육 킬로그램의 무게를 들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천명운의 표정은 뚱하기만 했다.
“제자야, 너 뭐 하느냐?”
율리안은 스승이 왜 그러는지 몰라 멀뚱히 천명운을 바라보았다.
“네?”
“뭐 하느냐고 묻지 않느냐?”
“스승님이 검을 들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천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율리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들고 있는데요.”
그러자 천명운이 갑자기 율리안에게 다가와 그의 양손에 매달린(?) 검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는 말했다.
“검은 원래 한 손으로 들어야 하는 거다.”
“그건 양손 검인데요?”
“한 손으로 들면 한 손 검이고 양손으로 들면 양손 검이 되는 것이지, 그런 구분이 어디 있느냐? 그리고 나의 검법은 한 손으로 들어야 한다.”
천명운의 대답에 율리안은 순간 멍해지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이것을 한 손으로 들라구요?”
“문제 있느냐? 검은 원래 한 손으로 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양손으로 들 거면 뭣 하러 검을 쓰느냐, 창이나 봉을 쓰지.”
율리안은 천명운의 손에서 가볍게 놀리는 대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나무 막대를 휘두르는 것처럼 조금도 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무게가 적당하구나. 내가 꼭 양손을 쓰고 싶다면 쌍검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그러고 보니 대검으로 쌍검을 쓰면 보기에도 괜찮을 것 같구나.”
눈앞이 컴컴해지는 율리안에게 천명운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율리안은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대검을 양손으로 쓰다가는 먼저 지치고, 팔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내가 쓸 것도 아니고 네가 쓸 것인데, 내가 그것까지 걱정해야 하느냐?”
천명운의 대답에 율리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스승인 것이다.
“설마 진담은 아니시겠지요?”
“미리 이야기해 두마. 난 농담 같은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 아깝다.”
율리안은 정말 속으로 눈물이 나려 했다.
힘들었다. 하지만 ‘하면 된다’는 스승님의 막무가내식 방침에 적응이 되어 갔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스승이 틀리지도 않음을 몸소 증명해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승님은 곧바로 말이 되는 것이라고 나에게 보여 주었다. 절대 억지를 부릴 수 없게 말이다.
스승님이 두 개의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
지금도 생각하면 허탈할 뿐이다.
스승님이 당신의 키보다 더 큰 그 대검을 땅바닥에 한 번 부딪침도 없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마치 작대기 두 개로 장난을 치듯이 다루고 있는 그 장면을.
한마디의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스승님의 무지막지한─어찌 보면 무식하다─수련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소위 배움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무지막지하게 맞았다.
나는 그로우가 될 사람이다. 현 그로우인 아버님에게 손찌검 한 번 당해 본 적이 없는 나다.
사실 사막의 전사는 전사가 될 사람에게 손찌검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것은 두고두고 갚지 못할 모욕이기 때문이다. 전사의 자긍심을 키워 주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 주면 그만이지, 손찌검 같은 것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반항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돌아온 것은…….
더더욱 심한 매질뿐이다.
스승님은 그랬다.

－배운 것 잘하면 안 때린다.

솔직하게 말하자. 난 솔직히 전사가 되기보다, 맞지 않기 위해 더 노력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스승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많았다.
글을 쓰기도 싫다. 헛구역질이 넘어오려 한다. 끔찍하다.
훗날 이 글을 보며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나기는 싫다.
일기는 내 삶과 추억을 되돌아보기 위해 쓰는 것이지, 고통을 떠올리려고 쓰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훗날 내가 큰 그로우가 되면 전사에게 말해 줄 것이다.
오아시스와 오아시스 사이를 기어가는 것은 차라리 쉬운 훈련이라는 것을 꼭 말해 줄 것이다.
이렇게 훌륭히 버텨 낸 난 그럴 자격이 있을 것이다.
보라. 그 어느 사막의 전사가 무게가 오십 킬로그램이 넘는 대검을… 두 손도 아닌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막의 제일의 전사인 우리 파레이아의 숙적. 슈아르리의 피 묻은 손, 베네르시스도 이렇게는 다루지 못할 것이다.
난 위로받고, 칭찬을 받고 싶었다.
나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파레이아의 그로우에게 말
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의 불쌍한 신세에 건배를.
아버지는 어느새 스승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있었다. 전사는 전사를 존경하고, 스승님은 어떠한 면에서는 최강의 전사이기 때문에, 별거 아니라는… 오히려 내가 자질이 떨어진다는 스승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나를 탓하실 뿐이다.
가련한 내 신세여.
어서 빨리 이 두 개의 대검을 능숙히 다루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
‘바랄 뿐이다’라고 쓰려 했지만 율리안은 피곤에 지쳐 잠이 든 것 같았다.
“수련이 약한 거야.”
천명운이 율리안의 일기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저 빛나는 세 개의 달을 보며 괜한 흥에 취해, 이 우둔한 제자를 데리고 피르마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려 율리안의 파오에 들어왔다가, 책상에 엎어져 잠든 제자를 보고 말
았다.
처음에는 단지 제자에게 가죽 담요를 덮어 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제자의 머리 옆에 그가 쓴 일기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 읽어 보고 기분이 퍽 상한 천명운이었다.
이 자질이 떨어지는 제자를 제대로,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고자 자신이 얼마나 노심초사했단 말인가?
하지만 이 녀석은 자신의 기대에 눈곱만큼도 부응하지 못했다.
구결은 최소 세 번은 말해 줘야 기억했고, 초식은 열 번 이상을 보여 주어야 그 오의를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정말 우둔한 제자였다.
그래도 하나뿐인 제자이라는 생각에 인내심의 한계를 넓혀 가며 그 얼마나 노력을 했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 자신에 대한 고마움은 모르고 이런 불평불만을 쓰고 있었단 말인가?
이건 마치 악랄한 스승을 만난 불쌍한 제자가 된 것같이 쓰지 않았는가?
‘이럴 줄 알았다면 페레를 제자로 삼을 것을…….’
후회하는 천명운이었다. 페레는 율리안의 동생으로, 자신이 보기에 진정한 무골이었다.
엄청난 신력을 타고난 아이였다. 그런 놈을 가르치면 정말 가르칠 맛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꾹 참고 가르쳐 왔는데, 이 제자 놈이 이렇게 자신의 뒤통수를 칠 줄이야.
이런 면에서는 의제인 유화명이 부러웠다.
그의 제자는 둔했지만 그 녀석은 얼마나 성실하고 의제를 공경했느냐 말이다. 은근히 의제의 그 찢어지게 웃는 입이 부러웠었다.
“에휴∼.”
천명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막사를 나왔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신을 이곳에 보낸 미륵은 아무 말도 없었다. 수많은 기도에도 한 번의 대답도 없었다.
천명운은 밤하늘에 떠 있는 저 세 개의 달을 보며 사색에 잠기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천명운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율리안이 뛰어난 재질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우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천명운은 지존이었다.
고수들이 득실득실한 무림에서 천하무적이라는 그의 별호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신교의 교주로서 불을 상징화하고 미륵을 섬기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그는 별다른 고생 없이 천하무적이라는 별호를 가졌다. 한 번 읽으면 머릿속이 서재인 양 모두 기억했고, 한 번 본 것은 호흡 한 자락 틀리지 않고 따라 할 수 있었으며,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상대방의 내식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뛰어난 그였기에 나이 삼십에 천하오대고수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고, 나이 사십이 되기도 전에 천하제일인이 될 수도 있었다.
이곳에 넘어와서도 그의 머리는 나빠지지 않았다, 단 며칠 만에 이곳 사막 민족의 글과 말을 모조리 배울 수가 있었다. 단지 기본적인 문자를 외우고, 그다음에는 몇 권의 책을 통째로 외워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는 자신의 그런 천재성을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고, 남을 가르쳐 본 적이 없기에 더더욱 율리안이 둔하다고 느껴졌다.
만약 평범한 재질의 다른 사람을 가르쳐 보았다면 율리안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는 것을 금방 알 테지만 애석하게도 율리안은 그의 첫 제자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에는 그는 태평하고 게을렀다.
자신의 기대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제자만 애꿎은 구박
을 받을 뿐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천명운이었다.
‘난 왜 이곳에 왔는가?’
천명운의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 오자마자 죽을 고생을 했지만 이곳이 마음에 든 그였다.
이곳 부족의 사람들은 순박했고 열정적이었으며,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를 그렇게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사막 민족의 그것이 천명운의 성질에 매우 잘 맞았고 스스로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 온 이유를 아직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다. 하늘은 공평하기에 그에게 천재적인 두뇌를 준 것과 동시에, 천씨 일족이 가지는 피의 마성을 주었고, 천명운은 그것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마성을 막기 위해, 이겨 내기 위해 나이 열부터 신교에서 받드는 신인 미륵에게 매달렸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희생하며 버텨 왔다.
마지막 마성이 눈을 뜰 때쯤 자신의 천수가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다가, 미륵의 명으로 이곳에 떨어진 그였다.
‘왜 이곳에 온 것일까?’
벌써 이 년째 이곳에 있었지만 아직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천명운은 율리안의 파오를 뒤돌아보고는 중얼거렸다.
“설마 저 우둔한 놈을 가르치라고 나를 이곳에 보낸 것은 아닐 텐데.”
순간 천명운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겠지요?”
하늘을 보고 다시 묻는 천명운이었다.
불길한 느낌에 잠을 설친 천명운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요 몇 년간 없던 일이었다.
수련장으로 옮기는 그의 발걸음에서 살기가 풍겨 나오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퍼어억.
왠지 듣기 좋은 타작 소리가 수련장에서부터 은은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악! 스승님, 이번에 왜 맞는 건가요?”
“몰라서 묻냐?”
“알면 묻겠습니까?”
천명운의 사랑이란 이름의 주먹은 훤한 대낮에 두 눈 빤히 뜨고 있는 율리안의 복부에 쥐도 새도 모르게 박혔다.
퍼어어억.
처음의 타작 소리보다 훨씬 길게 들리는 소리가 수련장에 울려 퍼졌다.
“이번 건 몰라서 맞는 거다.”
“스승님, 억울…….”
퍼어어어억.
“아닙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자가 잘못했습니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 율리안이 급히 말을 수정하자, 이번엔 천명운이 물었다.
“뭘 말이냐?”
“네?”
“뭘 잘못해서 맞는지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뭘 잘못했느냐 말이다.”
“그, 그건…….”
퍼억. 퍼퍼퍼어어어어억.
얼마나 빨리 주먹을 날렸는지 퍽 소리가 나야 정상인 타작 소리가 합쳐 울렸다.
율리안은 온몸을 굽히며 급하게 소리쳤다.
“그냥 무조건 제자가 잘못한 겁니다! 어찌 스승에게 이것저것 따지겠습니까! 그냥 무조건 제자가 잘못한 겁니다!”
“이제야 조금 아는 것 같구나.”
“물론입니다. 감히 스승님에게 말대꾸를 하려 하다니, 제자가 잠시 머리가 꼬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때렸느니, 다음부터는 그냥 맞고 생각은 나중에 하거라.”
‘우씨.’
율리안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표현을 할 수는 없음이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어느 주인공처럼, 속으로 꿍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율리안은 치를 떨었다.
천명운은 율리안의 속이 훤히 보인다는 듯이 씩 웃고는 오른손 검지를 펴고는 말했다.
“너의 공부가 웬만큼 정진된 듯싶으니, 오늘은 검지를 사용하여 대련을 한판 해보자꾸나.”
“네?”
율리안은 기겁을 했다.
스승이 처음 대련이라는 말을 꺼내었을 때가 생각났다.

－나는 왼발만 사용하겠다. 대련 한판 해보자꾸나.

그 당시 율리안은 그게 무슨 대련인가 싶어 의아했었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천명운은 말 그대로 소위 깽깽이라 불리는 움직임과 왼발로만 날아올라 율리안을 곤죽을 만들었다.
이 년이 걸려 스승의 두 발을 사용하게 만들었고, 다시 사 년째 되는 해에 스승의 왼손 약지 하나를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율리안은 치를 떨었다. 평상시 구타와는 달리 대련은 정말 인정사정이 없었다. 정신을 놓은 정도의 기절이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었다.
발과 약지에다 무슨 쇠뭉치를 단 듯, 살짝 맞거나 스쳤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구타에도 며칠을 앓아누울 만한 부상(?)을 입고는 했다.
실제적으로 앓아눕는 꼴을 못 보는 스승이었기에 그냥 그럴 정도라는 판단.
“갑자기… 왜? 제자는 아직 그럴 만한 실력도 되지 않았고, 마음의 준비도 미처…….”
“전사가 싸우고 싶을 때만 싸우고, 마음의 준비를 안 하면 안 싸우냐?”
“물론 그건 아니지만…….”
“말이 많다. 덤벼라, 이 스승이 성심성의껏 지도해 주마.”
‘그냥 대충대충 해 주시라구요.’
율리안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대검을 꽉 쥐었다. 스승에게 맞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되었다. 그건 그야말로 밥이 될 뿐이었다. 맞으면서도 검을 휘둘러야 스승에게 한 대라도 덜 맞았다. 오래된 생존 본능이 율리안을 처절히 만들
었다.
“으아아!”
기합인지 비명인지 구분이 안 가는 소리를 지르며 율리안은 천명운을 향해 돌진했다.
‘이놈이 감히 나를 나쁜 놈 취급해? 오늘 죽어 봐라.’
율리안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의 일기가 고스란히 천명운에게 읽혔다는 것을.
뜨거운 태양빛 아래 비명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파레이아의 그로우. 인자한 눈의 바구나 프로보크는 요새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들의 숙적인 슈아르리와의 잦은 싸움만 빼면 더더욱 좋았을 테지만, 그건 이미 만성이 되었기 때문에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었다.
바구나가 기분이 좋은 이유는 바로 그의 장남 때문이
었다.
자신의 첫 번째 아내이자 파레이아의 어머니이고, 장남의 친모였던 마레즈가 죽고 나서, 크게 달라진 장남 때문에 바구나는 걱정이 많았었다.
열 살이 가지는 그 활발함은 볼 수가 없었고, 음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을 아끼고 사람들의 눈을 살폈다.
또래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책을 팠고 은퇴한 전사들에게 전쟁과 삶의 지식들을 물었다.
물론 그런 것은 그로우로서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였고, 나중에 크게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열 살 아이가 그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
파레이아 족의 부족민 사이에 다음 대의 그로우는 뭔가 다르다고 이야기가 돌 때쯤에, 율리안은 이미 아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피르마를 제 손가락 움직이듯이 움직였으며, 허리춤에는 어느새 연습용 샴시르 대신 전사들이 쓰는 튼튼하고 날이 잘 선 샴시르가 매여 있었다.
바구나는 불안했다. 훌륭하게 자라 그로우에 오를 장남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자라서는 안 되었다. 그로우도 고통을 나눠 먹을 자(친구를 뜻함)가 필요했고, 진정한 말을 서로 주고받는 연인도 필요한 법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파레이아는 강력한 그로우를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인간미가 없는 삭막한 그로우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바구나는 그래서 율리안을 강제적으로라도 외국으로 유학을 보낼 생각까지 하였다.
‘다 이 노인 덕분이지. 율리안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은 말이다.’
바구나는 눈앞의 천명운을 보며 빙긋이 웃으며 생각했다.
이 이방인 손님은 율리안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 방법이나 이유를 몰랐다. 다만 율리안은 목숨의 스승처럼 이 이방인을 공경했고, 바구나는 손님이라는 생각에 극진히 대접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율리안은 항시 웃는 얼굴로 다녔다. 극단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하루는 바구나가 그 이유를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웃는 얼굴이냐?”
“…….”
율리안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스승이 인상을 찌푸릴 때마다 더 때려서 항시 웃고 다닌다는 것을 어떻게 아버지 앞에서 말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율리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을 스쳤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진심으로 웃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성인식을 치르고 전사가 되면 사막의 그 어느 전사보다 강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율리안아, 율리안아, 네가 마음이 해이해져 있었구나. 훌륭한 스승을 두고 투정과 불만, 게으름을 부리려 하다니.’
율리안은 곧바로 바구나에게 대답했다.
“언젠가는 항상 웃게 될 날만이 있을 테니 지금부터 웃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자 바구나의 입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율타(사막 민족들이 즐기는 놀이, 각자 이십여 개의 말을 가지고 두는 장기의 일종)를 두다가 왜 웃으십니까?”
천명운은 바구나가 갑자기 율타를 두다가 웃자,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내 아들이 훌륭한 분에게 교육을 받으니, 갑자기 크게 기쁜 마음이 들어 웃는 것입니다.”
천명운은 별로 사양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 딴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놈이 워낙 우둔하여 그것이 조금 안타까울 뿐입니다. 조금만 더 똑똑하고 재치가 있었다면 벌써 뭐가 보여도 보였을 텐데. 쯧쯧쯧.”
혀까지 차 가며 아들 흉을 보는데도 바구나는 눈살을 찌푸리기는커녕 오히려 맞장구까지 쳐 주었다.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지요. 그래도 제법 영명하다고 여겼는데 그렇게까지 우둔할 줄은 몰랐습니다.”
“뭐 제가 조금 더 신경 쓰고, 더 움직이면 될 노릇이지요. 그로우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천명운이 느긋이 자신의 말을 움직여 바구나의 말 하나를 잡으며 하는 말에, 바구나는 방금 움직인 천명운의 말을 잡아먹으며 대답했다.
“저야 그저 믿을 뿐이지요.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습
니까?”
두 사람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아이쿠.”
바구나는 천명운의 한 수에 놀란 듯이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어느새 천명운의 말이 자신의 그로우 격인 말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가르쳐 드린 것은 분명히 저인데, 첫판부터 손님을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잘 두십
니까?”
바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죽는소리를 하자, 천명운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율타의 목적이 상대방의 그로우인 말을 잡으면 끝나는 게임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모든 말은 그것을 위해 움직이면 되는 것이지, 방법까지 필요가 있겠습니까?”
참으로 당연한 대답을 물어본다는 듯한 대답에 바구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움직이면 되냐고 묻는 것입니다.”
천명운은 정말 알 수 없었다. 중원에서 즐기던 바둑에 비해 율타는 너무나도 간단했던 것이다.
그때 율리안이 파오 안으로 들어왔고, 천명운은 무슨 생각이 난 듯이 율리안을 불러 앉혔다.
“이리 앉아라.”
천명운의 말에 율리안은 바구나의 옆에 공손히 앉자, 천명운이 율타와 바구나를 번갈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제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셨지요? 생각해 보니 율리안이 들어도 좋을 것 같아 앉혔습니다.”
율리안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아버지와 스승을 번갈아 쳐다보자, 바구나가 율리안의 귓가에 재빠르게 속삭였다.
“율타를 너무 잘 두셔서 그 방법을 묻는 중이었다.”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천명운이 율타의 말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율타는 놀이일 뿐이지요. 인정을 볼 것도 없으니 말 부리기가 편하고, 내 쪽에 그로우 말만 남았다 하더라도 오로지 상대방의 그로우 말만 잡으면 이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두 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필요하겠습니까. 내 말을 모조리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그로우만 잡으면 되는 것을요. 이 전사 말이 아깝다. 이렇게 하면 내 말이 죽는다. 이런 식의 생각은 할 필요가 없지요. 오로지 내가 이 말을 움직임으로 상대방의 그로우 말을 잡을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는 인식이 제일 중요하지요.”
천명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더더군다나 사람의 일에는 실수라는 것이 있고 전력의 차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 율타에서는 졸병이 상대방의 최고 전사를, 수만 맞다면 잡아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그렇지요.”
바구나가 대답하자 천명운이 다시 말했다.
“이 율타에 현실의 병법을 넣지 마십시오. 아마 현실이라면 강력한 독재자가 할 만한 방법이겠지요. 놀이에서는 그로우 혼자만이 남아도 상관없겠지만 현실에서라면 글쎄요…….”
율리안과 바구나는 천명운의 말에 심각히 고민했다. 천명운이 율타를 현실에 비교해 말한 것이다.
율리안이 물었다.
“자신의 말도 보존시켜 가며 이기는 방법은 없습니까?”
천명운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자신의 제자는 앞으로 수십만의 파레이아 부족민들을 다스릴 사람이다.
자신도 수백만 교도들의 우두머리였던 처지였다. 이 기회에 그것이 가지는 무거움을 가르쳐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율타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가능
하다.”
율리안이 무릎을 꿇고 공손한 자세로 대답했다.
“새겨듣겠습니다.”
율리안의 대답에 바구나도 여유롭던 자세를 바꾸었다. 인자한 눈의 그로우라는 그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바구나는 현명하고 인정이 많은 그로우였다. 아는 것이 많은 이 이방인 손님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율리안과 같은 자세를 취할 용의도 있었다.
“율타에서는 그로우가 죽는다면 모든 것이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그로우가 죽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르지. 너는 그로우가 뭐라 생각하느냐?”
“빛을 발하는 자입니다.”
“너는 어떻게 빛을 발할 것이냐?”
“모든 것을 부족민을 우선으로 하고…….”
“아니다.”
율리안의 대답에 천명운은 바로 부정하며 말했다.
“내가 저번에 자신을 아끼지 않는 그로우가 어찌 부족민을 아낄 수 있겠느냐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러면…….”
율리안이 망설이자 천명운은 바구나를 바라보았다.
바구나도 심각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는 저를 다스리고 부족을 다스립니다.”
“역시 이름다운 대답이십니다.”
천명운이 바구나를 보고 웃으며 말하자, 율리안이 물
었다.
“스승님이 생각하는 그로우는 무엇입니까?”
“나는 그로우, 왕, 어느 한 무리의 우두머리, 모두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존재하는 것으로 중심을 잡는 자이다.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그것이 빛을 발합니까?”
“너는 그것을 쉽게 보는구나. 존재하는 것으로 중심을 잡는다는 말은 무겁고 한없이 어려운 것이다.”
천명운은 자신의 옛날을 생각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과의 싸움에도 벅찬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자신의 지기에게 맡긴 것이 아닌가?
그것이 후회되었을지도 몰랐다. 천명운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 무리에서든지 좋은 사람이 있다면 나쁜 사람이 있고, 성격이 급한 사람이 있다면 침착한 사람이 있고, 똑똑한 자가 있다면 우둔한 자가 있다.”
그 말에 바구나는 천명운의 의도가 무엇인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율리안은 아직 이해가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자 천명운이 물었다.
“네 앞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모두 뛰어난 능력의 전사들이다. 너는 누구를 중용하겠느냐?”
“당연히 좋은 사람이지요.”
율리안의 즉각적인 대답에 천명운은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너는 둘 모두를 중용해야 옳다. 하나 또 묻겠다. 네 앞에 똑똑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있다. 하나의 난제가 생겨 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누구에게 요청하겠느냐?”
“그야 당연히 똑똑한 자에게.”
딱.
천명운이 순간 손가락을 튀겨 율타의 말로 율리안의 이마를 친 것이다.
“악.”
율리안은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이마에 손을 올리고 이마를 문질렀다.
“너는 생각 좀 하고 말하거라. 네 사부가 그렇게 단순하게 묻는 사람이더냐. 그리고 어떻게 그런 즉각적인 판단만을 내릴 수가 있느냐. 그래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겠느냐!”
천명운의 말에서 율리안의 머릿속을 스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
한참을 그것이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형체화한 율리안은 소리를 내었고, 천명운은 반가워 물었다.
“알았느냐?”
“네.”
“다행이구나. 네 자질이 우둔하여 걱정했으나 그래도 네가 가질 무게는 알아차려서 말이다.”
“스승님…….”
율리안이 볼멘소리를 하자 천명운은 바구나를 보고 씩 웃어 보이고는 다시 율리안에게 말했다.
“왕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까 네가 말한 대로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왕의 길이 있는가 하면, 여기 그로우의 말씀대로 나를 다스리고 백성을 다스리는 분이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왕도란 중심, 균형을 잡는 것이다. 무릇 세상의 모든 것은 흑이 있으면 백이 있고, 차가운 것이 있으면 뜨거운 것이 있는 법.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거늘, 어둠을 간직하지 못하고 어찌 빛을 발할 수가 있겠느냐?”
천명운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천천히 다시 말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로우다.”
천명운의 말은 율리안에게 크게 다가왔다. 인식의 전환을 맞은 것이다. 율리안은 무릎 꿇은 채로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조아려 땅바닥에 부딪칠 정도로 고개 숙여, 스승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며 생각했다.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존재함으로써 중심을 잡는 자. 기필코 그렇게 될 것이다.’
율리안은 그로우의 길에 한발 다가섰다.

성인식

전신의 가호가 나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하나의 대륙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붉은 사막.
사람들은 이 붉은 사막을 중심으로 동대륙과 서대륙으로 나뉘었다.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이 사막은 그럴 만한 경계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붉은 사막의 특징은 여러 개가 있다.
일단 하나는 붉은 사막이라는 이름은 모래의 빛이 붉은 유도 있지만, 또 하나는 항상 피를 흘리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붉은 사막의 민족들은 총 열두 개의 부족이 있다.
낮에는 혹독한 열기와 밤에는 영혼마저 얼려 버릴 정도의 냉기를 품고 있는 땅. 사막의 반은 유사Drift Of Sand였기에 길을 모르는 자들은 함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아차 하면 모래 속에 그 영혼을 묻는 곳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물이 중요했다. 사막에서 오랫동안 마르지 않았고, 마르지 않을 오아시스는 이백여 개. 말랐다가 다시 차는 주기의 오아시스도 이백여 개. 그리고 생겼다가 사라지는 오아시스가 대충 백여 개.
얼핏 생각하면 많다고 말할지도 모르나 이 커다란 사막에서 그 정도 숫자의 오아시스는 오히려 적은 감이 있었다.
사막 종족의 힘은 항상 마르지 않은 오아시스가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사막의 모든 부족들은 자신의 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 오아시스의 숫자를 늘리려 항상 잦은 다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오아시스의 숫자는 적어도 물의 양은 충분했다. 사막의 인구가 지금보다 세 배가 더 늘어도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고, 불안감을 가진 동물이다. 물이 곧 생명이기에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들은 안심했고, 이것을 빼앗기면 죽을지도, 아니면 타 부족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 때문에 그들은 항상 싸웠다. 이런 환경 때문에 사막의 남자들이 대부분 거칠고 사나운 전사로 자라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막의 모든 부족은 분명 하나의 민족임이 분명했지만, 그래서 사이가 무척이나 악화된 부족들도 생겨났다.
가장 커다란 싸움을 그리고 가장 오래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족이 바로 율리안이 속해 있는 파레이아와 슈아르리 부족이었다.
말 그대로 그 두 부족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였다. 저마다의 부족은 이런 숙적을 간직했기 때문에 항상 피를 흘리는 사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서 대륙의 강대국들이 사막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자원이 붉은 사막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검은 물’, ‘타오르는 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자원이 그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율리안의 자존심은 무척이나 상해 있었다.
강대국들의 간섭.
파레이아는 물론이고 열일곱 개의 오아시스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부족이라는 리볼드 족도 그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사막의 민족이 하나로 뭉치면 대륙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나라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서로 사분오열四分五裂한 상태.
사막은 무서운 곳이지만 작정하고 들어온다면 침공 못 할 곳도 아니기에, 사막의 모든 부족들은 동대륙의 강자라는 아나마 왕국과 퓨리아 왕국 그리고 서대륙의 강자라는 사일런스 제국과 로지니 왕국에 조공을 바치고 있었다.
로지니 왕국은 사막과 경계를 맞대지 않았으나 사일런스 제국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강대국이기에, 전략적 제휴라는 표현이 더욱 맞을 것이다.
그중 파레이아는 사일런스 제국에 조공을 바치고 있었다. 표면은 보기도 좋게 교역을 가장했지만, 타오르는 물을 캐내고 보관하는 수고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의 물품을 받고 있었기에 분명 조공이 맞았다.
사막 민족의 호전성으로 보았을 때 그런 수모를 참는 것이 이상했으나, 사실 침략의 위험은 둘째 치고 그들이 타오르는 물에 대해 지불하고 있는 것이 철이었기에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부족만이 그것을 거절했다고 하면, 무기의 보유 숫자가 타 부족과 차이가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싸움에서는 전사도 중요했지만, 그에 걸맞은 무기도 중요했다.
한번 싸움할 때마다 떨어져 나가는 것이 무기다. 같은 실력이면 나무 방패를 든 전사는 철 방패를 든 자에게 밀린다.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는 현 상황의 사막에서는 철이 금보다 더 중요했다.
그래서 사막의 부족들은 대륙의 강대국들에게 수탈 아닌 수탈을 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사일런스의 외무대신인 자넷 르 보르리아는 뚱뚱하다 싶을 정도의 살집과, 밤하늘 반짝이며 흐르는 별 길같이 얼굴에 개기름이 주르르 흐르는 사람이었다.
머리는 그 큰 얼굴에 안 어울리게도 오 대 오 가르마에 양 끝의 머리카락들이 멋지게 웨이브를 타고 있었다.
겉보기에도 참으로 건방져 보이는, 외무대신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의 뚱보였다.
하지만 그의 외교적 협상 수완만큼은 노련하고 세련되었다. 절대 큰 목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고, 그 지위를 믿고 행패를 부리는 법 또한 없었다. 과연 제국이라 이름 붙은 나라의 외무대신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온 것 또한 파레이아에 외교적 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제스처였기 때문에, 파레이아로서도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p>
율리안은 그가 싫었지만 그의 수단에는 퍽이나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가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서 하지만 않았다면 조그마한 존경까지 품었을지도 몰랐다.
일주일 전에 파레이아의 도착한 이 뚱보 외교관은 파레이아의 접대는 접대대로 받으며 느긋이 협상을 즐기고 있었다.
어차피 칼자루는 제국이 쥐고 있었으며, 최악의 경우라도 자신은 빈손으로 돌아가면 그뿐이었다. 미개한 야만인들이 꼴에 손님은 귀히 여기는 풍습이 있어, 사신과 손님은 안전하게 돌려보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외교의 베테랑인 자신이 그런 최악의 경우를 만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빼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차라리 우리 제국의 공국이 되었다면 너희들은 좋았을 것이다.’
자넷은 자존심은 무척이나 센 파레이아 족의 호족 우두머리들을 떠올리며 비웃었다.
많은 강대국들이 사막을 탐내고 있었지만 사막의 열두 부족 중 어느 한 부족도 대륙의 국가에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그들 특유의 자존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막의 정황이 그들에게 이렇게 반강제적으로 조공을 보내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건 안 된다. 타오르는 물을 캐내고 운반하는 데 너무나 많은 전사들이 매달려 있어야 한다.”
그로우 바구나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자넷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냥 증가시켜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철, 철의 양을 늘리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미 한 달에 세 번을 당신들에게 끊임없이 타오르는 물을 보내고 있다. 우리 부족의 천여 명의 전사들이 그 일에 매달리고 있다. 더 이상은 늘릴 수가 없다.”
자넷의 은근한 설득에도 그로우 바구나의 대답이 단호하자, 자넷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파레이아의 그로우께 현재 서대륙의 정세를 살짝 가르쳐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말하라. 나는 서대륙의 정세도 매우 궁금하다.”
그로우 바구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자넷은 입술에 기름기를 칠한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 서대륙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우리 사일런스 제국을 이기려 발버둥 치는 로지니 왕국의 발악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조금 크더니 감히 그것을 믿고 도발을 해 오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을 시발점으로 조만간 또 한 번의 대륙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자넷의 이야기에 그로우 바구나는 등받이에서 허리를 떼고 바짝 당겨 앉으며 물었다.
“그것이 사실인가?”
“물론입니다. 어찌 파레이아의 그로우께 거짓을 말씀드리겠습니까?”
자넷의 진지한 답변에 그로우 바구나는 슬쩍 율리안을 쳐다보았다. 곧 성인식을 앞둔 아들이기에 경험 삼아 같이 부른 것이다. 또한 아들이 이 외교에 자극을 받기를 원해서였다.
어린아이들은 자극받으면 받을수록 자라나기 마련이
었다.
율리안은 아버지가 자신을 쳐다보자 살짝 고개를 저었다.
물론 바구나도 그 사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 일급 정보를 가르쳐 줄 외무대신이 어디 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자넷의 외교적 능력인지, 말하는 방법은 매우 뛰어났다.
그리고 은밀히 다시 말했다.
“믿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파레이아를 생각하셔서 믿어야 하십니다. 지금 서대륙에서 힘을 보일 만한 모든 국가는 전쟁 중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쟁 준비가 무엇인지 아시지요? 그것은 철을 모으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일런스는 지금 철을 더 주겠다고 하지 않
았나?”
자넷은 바로 그것이라는 듯 왼 손바닥을 오른 주먹으로 탁 치며 말했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일런스의 황제 폐하가 얼마나 파레이아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뜻을 보이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이번 회담에는 황태자 전하께서도 오실 생각이었는데, 역시 그 전쟁 준비 때문에 지금 근위 기사단과 훈련에 몰두해 계시니 저만 이곳에 올 수밖에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더 이상은 무리다.”
“그로우께서는 그렇게 단정하지 마십시오. 만약 우리 서대륙 쪽에서 전쟁이 일어나 서쪽에 있는 부족들에 철의 공급이 수월해지지 않는다면, 아마 동대륙 쪽과 줄이 닿아 있는 부족들에게의 발언권이 약해지실 텐데요. 슈아르리에게 괜찮으시겠습니까?”
“흠…….”
자넷의 말에 그로우 바구나는 짧은 신음을 내었다. 자넷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고, 그것은 파레이아가 가진, 아니 모든 동서로 나누어진 사막 부족들에 내재되어 있는 약점이기도 하였다.
파레이아 같은 경우에는 철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할 경우, 동쪽의 슈아르리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 약점을 자넷이 상기시킨 것이다.
“생각해 보겠다.”
“절대로 강압은 아닙니다. 그리고 전쟁 준비에 타오르는 물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다급해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 사일런스 제국이 이길 전쟁이고, 나중에 모든 것이 안정되면 우리 사일런스 제국이 파레이아의 그 수고를 어찌 잊겠습니까?”
자넷은 능숙하게 파레이아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그로우 바구나의 결정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을 발휘했다.
“흠… 생각해 보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로우 바구나의 힘 빠진 대답에 자넷은 이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모쪼록 현명한 그로우의 뜻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어라.”
그로우 바구나는 기분이 상한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파오 밖으로 나와 버렸다.
율리안이 그런 아버지를 따라가며 물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전사를 조금 더 보낼 수밖에.”
“몇 명 정도를 더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그들의 요구 조건을 맞추자면 오백은 더 필요하겠지.”
그로우 바구나의 대답에 율리안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소리쳤다.
“오백을 뺄 수 있는 곳은 외곽 쪽 전사들밖에 없는데, 그중에서 오백이나 일에 매달리면 우리 사냥터와 마물 밭을 지키기가 벅찹니다.”
“철이 없으면 더 지키기 힘들어진다.”
그로우 바구나가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율리안은 그런 아버지의 말과 행동을 보며, 이거야말로 피르마 꽁무니에 붙은 사냥물에게 활을 날리는 격(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끈다는 뜻)이라 생각했다.
‘우리 사막 민족이 이렇게 서로 싸우지 않는다면, 어찌 이런 수모와 핍박을 받았겠는가?’
율리안은 사막의 모든 부족들이 서로 싸우기 때문에 대륙의 강대국들에게 수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사막이 단일 부족이었다면, 대륙 어느 강대국에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들이 우리에 조공을 바쳐야 할 것이다. 우리 사막의 전사들은 최강이니까.’
율리안의 마음에 새로운 다짐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통일해야 한다. 이 사막의 모든 부족을 통일하여,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대륙에 진출하여 좀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율리안의 길이 정해졌다. 사막의 율법을 따라 슈아르리 부족을 정복한다는 것에서 좀 더 넓어졌다.
사막 정복.
‘반드시 이 붉은 사막을 통일하여, ‘붉은’ 자를 빼 버리고 빛나는 사막으로 이름을 바꿔 놓을 테다.’
어린 그로우 율리안은 단단히 다짐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수련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천명운의 매를 피하기 위한 수련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련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명운의 매가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닿는 길이라 여기며, 율리안은 성큼성큼 그 꿈을 향해 다가갔다.
사나운 기세가 사막의 모래 바닥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두 줄기의 날카롭고도 커다란 그리고 강력한 검의 바람이었다.
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은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너무나도 커 버렸고, 그렇다고 청년이라 부르기에는 아직은 앳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청년이라고 인정하고 싶은 이유는 탄탄한 근육으로 단련된 몸. 보통 사람에게도 느껴지는 그 주위의 강력한 활력 때문이었다.
그 자신만 한 기다란 길이와, 손바닥보다 더 넓은 폭의 커다란 대검 두 개로 온 땅을 휩쓸어 버리다시피 하는 그의 수련은 더더욱 그런 생각을 강하게 만들었다.
이제 열여덟이 된 율리안은 잠시 후 떠날 성인식을 앞두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행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파레이아의 성인식은 부족에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럼으로써 성인식과 동시에 파레이아의 전사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성인식을 앞둔 소년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샴시르의 기술과 피르마의 기마술로 맹수나 마물을 단독으로 잡아 오는 것으로, 자신이 부족의 힘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것은 험하고 힘든 길이었다.
다른 전사들이 없이 홀로 피르마와 무기와 장비 그리고 비상식량만을 챙겨 들고 홀로 사막과 황야를 떠돌며 맹수나 마물을 사냥하는 것은 숙련된 전사들도 며칠은 걸리는 일이었다.
고된 수련은 했지만 용기와 능력을 극도로 요구하는 그 일을 홀로 해내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대부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몸 성히 마치는 소년들은 매우 적었다. 그때는 몰랐겠지만 숙련된 전사들이 성인식을 치르는 소년들을 몰래 뒤따르기에 죽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아예 죽어 전사들의 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인식을 포기하는 파레이아의 소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모두 성인식을 목표로 준비를 해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율리안 역시 성인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고, 그래서 약간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감은 물론 있었다. 그동안 스승의 혹독한 가르침에 이골이 난 율리안이었기 때문에, 속으로 ‘마물 따위가 감히’라는 생각도 있었다.
문제는 자신이 다음 대의 그로우라는 것.
성인식을 앞둔 소년이 홀로 맹수나 마물을 잡아 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율리안은 부족의 사람들에게 좀 더 확실히 자신을 알리고 싶었다.
다음 대의 그로우가 자신이라는 것만으로 부족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욕심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율리안은 아버지인 그로우 바구나의 조언과 격려를 무척이나 듣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바쁜 일로 아들의 성인식을 보아 줄 수가 없었다.
율리안이 휘두르는 검에서 왠지 모를 비장감이 흘렀다.
일생에 한 번뿐인 성인식에 아버지의 축복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었지만, 율리안은 아버지의 명예와 책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아버지는 파레이아 모두의 아버지다.’
율리안의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호흡도 끊어지며, 두 개의 대검이 기다랗게 율리안의 허리 벨트에 고정되었다.
“다 된 거냐?”
옆에서 천명운이 물어 왔다. 그의 눈에는 제자의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네, 스승님.”
“고작 동물 몇 마리 잡아 오는 데 너무 호들갑을 떠는구나. 내 너의 실력에 만족하지는 않으나, 그 정도면 어디서 맞지는 않을 실력이니 후딱 끝내거라.”
스승이 절대 겉치레가 아닌,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율리안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잡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놀라운 성과를 보여 줄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왕창 잡든가, 아니면 파레이아의 골치라는 모래 지렁이나 잡아 오든가.”
천명운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천명운이 말하는 모래 지렁이란 샌드 드래곤Sand Dragon라 불릴 정도로 그 크기가 초대형 급인 마물이었다. 사막의 마물 밭에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먹이사슬의 최고봉 중 하나인 마물이었다.
모래 속으로 기어 다니고 간간이 마물의 사막에서 나와 피르마의 습격하기에, 파레이아뿐만이 아니라 사막의 골치라는 마물이었다. 그 수를 줄이고자 사막 모든 부족들은 각자 부족 내의 숙련된 전사들 삼백 이상이 힘을 합쳐 일 년에 두세 차례씩 토벌대를 구성해도 한두 마리를 잡아 오는 것이 고작인 마물을 혼자 잡아 오라는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 그로우가 될 자에게.
그로우 바구나를 대신해 율리안을 축복해 줄 파레이아의 주술사인 투마 타카카가 급히 나서며 말했다.
“전사가 될 자. 율리안은 그냥 능력만을 보여 주십시오. 샌드 드래곤은 절대 건들지 마시고요.”
투마 타카카의 말에 천명운이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자, 투마 타카카는 천명운을 탓했다.
“손님께서는 어찌 저희 어린 그로우를 충동질하십니까? 우리의 성인식은 성인의 증명을 나타내는 것이지, 무모함의 증명을 나타내는 행사가 아닙니다.”
그의 말은 주변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의 동조를 얻으며, 순식간에 천명운을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천명운은 별 신경 쓰지 않고 율리안을 보며 물었다.
“자신 없느냐?”
스승의 섬뜩한 눈빛을 느낀 율리안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놈을 잡아 오기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율리안!”
“어린 그로우!”
투마 타카카는 대경하며 소리를 질렀고, 그 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어린 그로우를 불렀다.
“자자, 너무 소란들 떨지 말라. 나 율리안, 앞으로 그로우 될 자. 나의 능력을 인정받아 내가 그로우가 될 자라는 것을 증명하겠다. 샌드 드래곤을 잡아 옴으로써.”
율리안의 결연한 목소리에 투마 타카카는 그로우 바구나에게 급히 사람을 보낼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투마 타카카 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율리안은 투마 타카카와 사람들의 불안감을 무시하고 자신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 십 년을 넘게 같이해 온 피르마에 자신의 무구를 그리고 또 다른 피르마에는 비상식량이며 침구류, 휴대용 파오를 실었다.
전혀 두려움 없는 눈의 율리안을 보며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어린 그로우가 무사히 성인식을 끝마치기를 빌었고, 그의 앞길을 저마다 축복을 해 줄 뿐이었다.
짐을 다 싣고 율리안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로우 바구나에게는 처가 셋이 있었고 그에 딸린 자식이 셋이었다. 그중 첫 번째 처이자 율리안의 어머니인 마레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은 총 여섯.
새로운 파레이아의 어머니가 된 세나 스니아는 그녀의 앞에 무릎 꿇은 율리안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축복했다.
“우리 프로보크가 장자의 성인식. 이 어미는 부디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오길 바란다.”
곧이어 세 번째 어머니의 축복이 시작되었고, 프로보크 가문의 방계 동생들도 하나하나 나와 자신의 형과 오빠의 성인식이 무사히 끝내고 오기를 바라는 축복을 하기 시작했다.
“페레가 보이질 않는구나. 혹시 연락하지 않은 것은 아니냐?”
세나는 자신의 아들이자 프로보크가의 차남인 페레 프로보크가 보이지 않자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 사람에게 말하자 삼남인 오르카가 대답했다.
“오늘 큰형의 성인식이 있다고 말씀은 드렸으나, 페레 형님은 내일 있을 성인식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 무슨 망발이냐!”
세나는 노해 소리쳤다.
자신의 아들이 다음 대의 그로우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페레는 율리안보다 하루 늦게 태어났고, 고작 그 하루 때문에 다음 그로우가 율리안이라는 사실을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페레 역시 신력이라 불릴 정도의 엄청난 힘을 가진 소유자였고, 동시에 훌륭한 전사의 자질까지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그로우의 자리는 그로우의 자식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가 차지하지만, 죽은 파레이아의 어머니 마레즈의 후광과 율리안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절제된 생활로써 훌륭한 그로우의 그릇을 보여 주었기에, 대부분의 부족민들이 율리안을 다음 대의 그로우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어린 그로우의 자리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어머니, 페레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페레도 전사를 준비하는 남자로서 당연히 준비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율리안이 페레를 변호했지만 세나는 고개를 젓고, 여전히 노한 채로 소리를 질렀다.
“어느 집안이 성인식을 떠나는 가족에게 축복을 내리지 않는단 말이냐! 더더군다나 모두에게 모범을 보일 그로우의 가문이 말이다. 그리고 페레도 내일 성인식을 떠날 때 네가 자리에 없을 텐데, 미리 서로를 위해 축복의 한마디를 건네주면 좋지 않으냐! 너와 페레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법.”
세나는 오르카에게 명령했다.
“너는 당장 페레를 찾아 이곳에 오도록 말하라.”
“네, 어머니.”
오르카가 나가자 율리안이 조심스럽게 세나에게 말했다.
“어머니, 페레를 꾸짖는다면 성인식을 앞둔 페레의 용기와 자긍심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세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들어 율리안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휴∼. 네가 이해하거라. 그래도 속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는 아이이니. 그것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물론입니다, 어머니. 페레는 능히 프로보크 가문과 파레이아의 중요 전사가 될 것입니다.”
율리안의 말에 세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 오르카도 율리안처럼 대범하게 자랐으면 좋겠는데, 동생의 실수도 덮어 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요.”
오르카의 어머니이자 세 번째 처인 리브리에가 옆에서 툭 끼어들자, 세나는 속으로 기분이 좋지를 못했다.
율리안과 좋게 끝나려는 찰나에 페레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단정 지으며 나서는 꼴이 보기가 좋지 않은 것이다.
마레즈가 살아 있었을 때는 이런 후계자 싸움이나, 집안싸움은 꿈도 꿀 수가 없었으나, 마레즈가 죽자 프로보크 가문의 불안의 씨앗은 조금씩 싹트고 있었다.
만약 세나가 파레이아의 어머니로서 훌륭히 처신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인 페레를 그로우에 앉히려고 했었다면, 프로보크 가문이나 율리안은 꽤나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나는 마레즈와는 친자매처럼 지냈었고 그녀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율리안을 페레와 조금의 차별도 없이 키웠다.
다만 사사건건 신경을 긁으며 견제하고 있는 리브리에의 행동에 짜증을 낼 뿐이었다.
두 어머니의 싸움에 전혀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는 율리안은 모른 척하며, 동생들의 축복에 화답을 할 뿐이었다.
잠시 후 오르카와 페레가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어머니?”
또래보다 큰 율리안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와 덩치에, 듣기 좋은 중저음, 짙어 보이는 콧수염이 열여덟이라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페레가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머, 페레는 내가 보이지도 않나 보지.”
리브리에가 또다시 시비를 걸자, 세나는 약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페레의 어머니는 자네도 되는데, 누가 보이고 누가 보이질 않는다는 말이지? 말을 가려 하게.”
리브리에가 더 이상 비아냥거리지 못하자, 세나는 다시 엄한 얼굴로 페레를 보며 물었다.
“성인식 준비는 잘되어 가느냐?”
“네, 어머니.”
“아무리 성인식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오늘 형이 성인식을 떠나는데 축복 한마디도 해 주지 않을 셈이냐. 너 역시 내일 떠남에 있어 형에게 축복을 받으면 얼마나 좋으냐 말이다.”
“어머니의 말씀이 맞습니다.”
페레는 어머니와 싸우기 싫은 듯 불평 없이 대답하고서 세나와 율리안을 번갈아 보고는, 무뚝뚝하게 율리안에게 말했다.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오길 바라겠습니다.”
“고맙다. 너도 성인식에 전사의 신 마르스의 가호와, 부족의 수호신인 폭풍의 신 네오 레틴이 함께하길 바란다.”
페레는 율리안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나가 버리자, 파오 안은 일순간 냉막이 흘렀으나, 율리안이 곧 쾌활하게 웃으며 가족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나, 리브리에 어머니. 다녀오는 동안 평안하소서. 그리고 너희들은 나와 페레가 없을 동안 어머니를 잘 모시도록 하거라.”
“잘 다녀오너라.”
세나와 리브리에는 마지막으로 율리안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하며 작별했고, 동생들도 저마다 형과 오빠의 성인식이 무사히 끝나기를 빌었다.
“슬슬 나도 가 볼까?”
멀리서 율리안이 파오를 나서는 것을 보며 천명운은 중얼거렸다.
제자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제자가 사고를 당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물론 천명운은 율리안에게 모래 지렁이를 잡아 오라고 시키기 전에 자신이 직접 그 괴물의 능력을 확인하고 왔다.
사막의 최강 마물인 샌드 드래곤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이리저리 그 능력을 살핀 이 노인네는, 이 정도라면 율리안이 힘겹겠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율리안에게 그리 지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자신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놈의 지렁이가 그래도 제대로 맞으면 바로 황천으로 보내 버리는 한 방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몰래 따라나선 것이었다.
어차피 가문에서 성인식을 치르는 소년에게는 몰래 가문의 전사를 붙이는 것이 상례常例라고 하니, 나중에 밝혀진다 하더라도 율리안에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일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놈, 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잡을 것인지 내가 지켜봐 주마. 실수만 해 봐라. 돌아와서 수련의 강도를 높여 주마.’
제자에 대한 사랑에 스스로 쑥스러움을 느끼며, 속으로 괜한 엄포를 놓는 스승이었다.
피르마를 타고 나온 율리안은 곧바로 마물이 득실거리는 마물의 사막Monster’s Desert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성인식을 치르는 소년들은 마물의 사막, 그 주변에서 홀로 떨어진 마물을 잡거나, 황야 쪽으로 움직여 맹수들을 잡아 오고는 했다. 하지만 율리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샌드 드래곤을 잡아야 했기 때문에 마물의 사막 중앙으로 들어가야 했다.
“괜한 짓을 한 것일까?”
율리안은 불안감에 자신의 선택을 의심했다.
말만 들었지,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마물이었다. 율리안과 페레를 자주 데리고 다니는 바구나도, 샌드 드래곤의 토벌에는 절대 두 사람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최고의 전사들만 모여서 들어가도, 몇 사람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은 없었으나 약간의 불안감은 가질 수밖에 없는 율리안이었다.
“까짓것 마물도 생명체인데 내 대검에 동강 나겠지.”
율리안은 자신의 허리에 찬 대검을 툭툭 치다가 곧 자신의 피르마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다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미안하다. 많이 무겁지?”
두 개의 대검 때문에 자신의 피르마가 조금은 처져 보일 정도로 율리안의 대검의 크기와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새삼 이런 두 개의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에 대해 율리안은 속으로 뿌듯함을 느끼며 일말의 불안감이 싹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다.
사막은 크고 넓었기에 마물의 사막까지 가는 데도 며칠이 걸렸다. 그동안 작은 마물을 몇 마리 잡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수월하자, 율리안은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방금도 꽤 값어치가 나간다는 거대 스콜피온의 마정체Monster’s Soul(몬스터의 내단, 심장 등으로 마법의 시약, 약재의 재료 등으로 비싸게 팔린다)를 주머니에 넣고 자신감이 더더욱 붙어 버린 율리안이었다.
거대 스콜피온은 숙련된 전사도 다섯 명 이상이 모이지 않는 한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물이었기 때문이다.
율리안은 혼자 좋아하다가 문득 부족의 전사를 마물 사냥꾼으로 키운다면 철을 많이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공은 물론 많은 책들을 읽고 있는 율리안이었다.
율리안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력과 더불어 강력한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타오르는 물이라는 사막의 교역품이 있었지만, 그것은 대륙의 강대국 때문에 사람이 달려드는 숫자에 비해 수익금이 너무 적었다. 어느 정도의 힘이 바탕이 될 때까지는 그런 강대국들과의 마찰을 피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궁리하고 있던 율리안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피르마를 몰고 있던 율리안의 귓가에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꾸에엑…꾸엑.
아직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마물의 사막에 거의 다가온 것 같았다.
“좋아.”
율리안은 마물의 소리를 듣고 흥분하는 피르마를 진정시키며 피르마의 등에서 내렸다. 땅속으로 다니는 마물도 많았기에 그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율리안은 몸의 피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살짝 긴장감이 감돌며 가벼운 흥분 상태. 짜릿한 쾌감. 모든 것이 신비로웠고 새로웠다.
‘이것이 전사의 마음이겠지?’
전쟁을 눈앞에 두고 느껴지는 전사의 쾌감을 몸으로 느끼며 율리안은 서서히 마물의 사막, 그 중심을 향해 갔다.
비릿한 마물의 냄새가 가득 담긴 세찬 바람만이 율리안의 방문을 환영했다.
마물의 사막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한 지도 어느새 일주
일째. 모래 바닥 위로 얼굴 하나가 솟아올랐다.
바짝 마른 입술. 제각기 뻗어 버린 검은 머리카락들. 붉게 충혈된 두 눈. 얼핏 보면 인간형 마물로 보일 정도의 초췌했다. 온몸에 모래 먼지를 가득 품은 율리안은 주변의 모래를 밀어내고 몸을 털었다.
“퉤퉤.”
그리고 입 안에 손을 넣어 마구 털어 내며 침을 뱉었다. 입 안에도 하나 가득 모래가 들어 있던 것이다.
“숨 막혀 죽을 뻔했네. 마물들도 살기 좋지는 않겠는걸. 벌써 몇 번째야.”
율리안은 요 일주일 동안 십여 번의 모래 폭풍을 경험한 것을 투덜거리며, 온 힘을 다해 땅 위로 삐죽 솟아오른 가죽 천의 끝 자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쿠루룩.
율리안의 힘과 가죽 천 안에서 모래 바람에 숨겨 있던 피르마가 다리를 튕겨 내자 사방으로 모래가 튀었다.
“간신히 털었구만, 너까지 그러냐.”
율리안은 다시 가득 뒤집어쓴 모래를 털어 내며, 자신의 피르마에게 투덜거리더니, 그 자리에 드러누워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마물의 사막은 역시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루에 한 번 만나는 모래 폭풍은 둘째 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 율리안에게 제일 시급한 문제였다.
야행성 마물도 상당히 많았고 모래 속으로 다니는 마물도 많은 곳에서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깐 졸았다 싶을 정도로 몇 번 꾸벅거린 것이 율리안이 잠이라고 표현할 만한 것의 전부였다.
사람이 잠을 못 자면 판단력이 흔들리고, 몸이 붕 뜨는 기분에 신체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가 있다. 숙련된 동작들도 왠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사부가 기라고 가르쳐 준 그리고 자신이 두 개의 대검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해 준 운기조식으로 피로도를 내리고는 있으나, 운기조식과 수면은 엄연히 달라, 이 찝찝한 기운을 율리안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던 것이다.
“이놈의 모래 지렁이, 만나기만 하면 박살 내고 만다. 이렇게나 고생시키다니.”
찾고자 하는 샌드 드래곤은 그 비늘 하나 안 보이고, 작은 마물만 한껏 잡은 율리안이었다. 벌써 하급 마물의 마정체가 가죽 주머니에 한가득 차, 더 이상 집어넣기도 힘든 판이었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일주일을 버티며 또렷한 정신을 갖고 있는 자신에게 자부심이 느껴진 율리안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엇!”
율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발에서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그놈들이다.’
율리안은 그것이 샌드 드래곤이 주위에 있어 울리는 진동이라 확신했다. 모래 속의 마물은 스펙Spec(모래 속을 움직이며 작은 동물류를 사냥하는 공처럼 생긴 마물)이나 고리아스Gorias(사막 모래 속에서 사는 거북이처럼 생긴 마물) 등이 있지만, 그놈들이 아무리 떼를 지어 움직여도 이렇게 바닥 전체를 움직일 만한 진동을 느끼게 해 줄 수는 없기에, 율리안은 이 진동이 샌드 드래곤이라 확신했다.
“가자.”
율리안은 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피르마를 타고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십 분이나 달렸을까?
“오! 이럴 수가!”
율리안은 눈앞에 들어오는 광경에 경악을 하였다.
모래 속으로 몸의 일부분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하늘 높이 솟아 올라와 있는 것이 있었다. 아무리 낮게 보아도 십 미터 이상은 되어 보였다. 모래 속으로 처박힌 몸통의 일부분을 생각하면 도대체 길이가 몇 미터나 될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바로 그토록 찾던 샌드 드래곤이었다.
그 샌드 드래곤 세 마리가 나무뿌리처럼 서로 엉켜 있는 상태로 솟아 올라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머리통이 마치 커다란 열매처럼 보이는 광경에 율리안의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날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세 마리나 모여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은 도망치고 이 주변을 맴돌면서 한 마리를 잡자는 생각이었다.
크르릉. 크아아앙!
율리안이 그렇게 마음먹고 피르마를 돌려 뒤로 도망치려는 순간 땅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에, 율리안은 고개를 돌렸다.
“어라!”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와 있었다. 두 마리의 검붉은 샌드 드래곤이 한 마리의 붉은 샌드 드래곤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붉은 샌드 드래곤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머리를 커다랗게 돌리며 두 마리의 공격을 피하고자 했으나, 몸통이 서로 얽혀 있어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붉은 샌드 드래곤은 강한 놈인 듯 두 마리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물리고 있었으나, 결정적인 타격은 받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움직임이 둔화되는 것이, 나중에는 검붉은 샌드 드래곤 두 마리가 이길 것이 분명했다.
무슨 생각을 했음인가?
율리안은 다시 피르마를 돌리고 세 마리의 샌드 드래곤이 싸우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느 정도까지 다가가자 피르마는 이 사막의 마물에 겁을 먹고 다가가려 하지 않자, 피르마에서 내리고는 두 개의 대검을 어깨에 걸쳐 메었다.
“아압!”
커다란 기합과 함께 율리안의 신형이 쏜살같이 세 마리의 드래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쿠아아아!
세 마리의 샌드 드래곤은 서로 치열하게 싸우느라 자신의 밑에 있는 율리안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무를 자르는 거야. 폭이 삼 미터나 되는 커다란 나무.”
율리안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서로 엉켜 있으니 몸통이 넘어갈 때까지는 풀 수도 없겠지.”
이거야말로 어부지리`─`스승에게 배운 글자였다`─`라 생각하며 율리안은 희희낙락했다.
우두둑.
여유롭게 온몸을 푸는 여유를 보이며 율리안은 준비운동을 하듯이 대검을 커다랗게 휘둘렀다.
허리를 최대한 돌리며 두 개의 대검이 수평이 되었을 때, 율리안은 힘차게 허리를 돌리며 검을 내리쳤다.
쑤우욱.
율리안의 커다란 대검은 마치 제대로 박혀 볼 만한 물건을 만났다는 듯이 거침없이 들어갔다.
꾸에엑!
그리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리는 순간, 두 개의 대검은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는 듯이, 커다란 핏방울을 모래 바닥 위로 떨어트리며 뜨거운 태양빛에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꾸물거릴 때가 아니지.”
율리안은 멋있게 보일 새도 없이 다시 허리를 돌렸다.
‘이번에는 붉은 놈이다.’
율리안은 그렇게 마음먹었다. 베는 것도 순서가 있는 것이다.
마물에게도 그런 것이 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척 보아도 검붉은 샌드 드래곤 두 마리는 동료였다. 그렇다면 그놈들 중 한 놈을 베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다음은 세 마리 중 강하게 보였던 붉은 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이렇게 몰래 치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율리안의 머릿속에서 그린 광경이었고, 이제 두 번째 그림을 그리려는 순간이었다.
뿌수악.
반응도 빠른 놈들이었다. 서로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가 떨어져 나가자, 재빨리 서로 몸을 푼 것이다.
그 순간 율리안은 보고 말았다. 가장 강해 보였던 붉은 샌드 드래곤의 몸통이 순간 날개를 활짝 펴는 것을. 길이가 언뜻 보아도 십오 미터는 넘는 듯한 그 화려한 날개를.
‘설마…….’
율리안은 그 광경에 대륙의 어느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났다. 그 글귀 위에는 딱 저 붉은 샌드 드래곤처럼 생긴 삽화까지 있었고, 그 모습이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정말 드래곤?”
율리안이 놀라 소리 지르는 순간 붉은 드래곤은 그의 커다란 발톱으로 샌드 드래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마치 이제껏의 울분을 푸는 듯, 아주 실을 만들어 버리겠다는 듯이 찢어발기는 모습에 율리안은 저도 모르게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드래곤이라는 마물의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했고, 그 붉은 드래곤이 땅바닥에 내려앉아 고개를 숙여 율리안을 볼 때는 정말 죽고 싶은 느낌까지 들었다.
“야압.”
율리안은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자리에 일어나, 사자후를 내뿜으며 두 개의 대검을 앞에 서로 교차하였다.
사자후의 공력이 부족하여 그 마물에게는 전혀 피해를 입히지는 못하겠으나, 스스로 만드는 공포를 끊어 버릴 수는 있었다.
“우욱.”
전신의 내기를 모두 끌어 올린 대가로 율리안이 입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커다란 바람 소리가 들리며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율리안의 눈에 그 누구보다 커 보였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스승님.”
율리안과 붉은 드래곤의 사이를 막아선 것은 바로 천명운이었다.
“파충류 주제에 훌륭한 기를 가지고 있구나.”
율리안의 부름을 깡그리 무시하며 천명운은 붉은 드래곤에게 소리치자, 붉은 드래곤은 흥미롭다는 듯 천명운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율리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옆에 서서 말하자, 천명운은 손을 들어 올려 말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 마물의 기운이 상상보다 놀라워 자신의 전신 내공에 비해 전혀 달리지 않음을 느꼈던 것이다. 중원에서 제거했던 천 년 묵은 이무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천명운은 율리안에게 말했다.
“지렁이라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위험한 파충류구나. 아직 너의 기운으로는 서 있기도 힘들 것이니 멀리 물러가 있거라.”
율리안은 스승의 말이 옳음을 알았지만, 어떻게 하늘 같은 스승을 남겨 두고 자신만 물러갈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자신을 위해 뒤따라왔을 스승을 두고 말이다.
“어찌 스승님을 두고 저만 가겠습니까? 저도 제 목숨을 바쳐 스승님과 같이…….”
율리안의 말에 천명운은 고개를 홱 돌려 율리안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았다.
“설마 넌 내가 저 파충류한테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스승…님, 그게…….”
율리안이 당황하며 뭐라 말하려는 순간 붉은 드래곤의 입가에 미소가－순간 그리 느껴졌다－그려졌다.
“멍청한 것. 물러서랏.”
천명운은 손을 돌려 율리안의 목깃을 잡고 팔을 휘두르자, 율리안의 신형이 돌멩이 날아가는 것처럼 뒤로 빠르게 던져졌고, 천명운은 두 팔로 크게 원을 그렸다.
－브레스Breath(영혼의 숨결).
그리고 붉은 드래곤의 입이 열렸다.
강력한 화염이 드래곤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불줄기는 눈 깜짝할 새라는 표현보다 빠르게 천명운을 덮쳤다.
천명운은 순식간에 건곤심법을 십이성을 끌어 올리며, 내경內徑(내부의 힘)을 펼쳐 화염을 유도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드래곤이 내뿜은 화염은 천명운의 앞에서 강력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천명운은 두 팔을 계속하여 크게 휘두르고는 뒤로 서서히 물러나며 화염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율리안은 멀리서 입을 쩍 벌렸고, 그것은 붉은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법도 아닌 것이 강력한 마나 필드도 아닌 것이 단지 인간이 휘두르는 두 팔에 자신의 브레스가 소멸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 이 늙은 인간의 무지막지한 마나에 흥미를 느껴, 막으리라는 예상을 하고 브레스를 날렸지만 이런 식으로 막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몇 초라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그 순간이 끝나고, 천명운은 크게 노해 소리쳤다.
“절대 살려 둬서는 안 되는 마물이구나. 감히 파충류 주제에 이런 대자연의 기를 뿜어내다니, 내 오늘 이계에 와서 이곳 사람들을 위해 너를 필히 제거하고 말겠다.”
천명운이 두 팔을 떨치자 멀리 떨어져 있던 율리안의 대검이 ‘앗!’ 하는 사이에 천명운의 두 손에 쥐여 있었고, 천명운의 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크릉.
붉은 드래곤은 순간 비명을 지르며 날개를 휘둘러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랐고, 그 순간에 천명운의 손에 쥐인 대검이 드래곤의 발밑을 스쳤다.
샤릉.
검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은 드래곤의 발톱 끝 부분이 스치는 소리였다.
“날아다니는 파충류라…….”
천명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퇴화된 날개인 줄 알았던 것이, 저렇게 하늘 높이 올라가자 기가 막혔던 것이다.
－인간, 검을 휘두르지 마라. 내 살심은 없었다.
허공에서 드래곤의 웅장한 목소리가 정확히 사막의 말로 울려 퍼졌지만, 천명운은 코웃음 쳤다.
“흥. 네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고 내 너를 못 잡을 줄 알았더냐?”
천명운은 자신과 드래곤과의 거리를 재 보고는 검에 기를 모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 정도의 강기가 초승달Crescent 모양을 형성하며 허공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한 개도 두 개도 아니었다. 쉴 새 없이 세차게 휘두를 때마다 한 개의 초승달 모양의 강기가 여지없이 허공으로 쏘아 올려졌다.
하지만 드래곤에게 그 정도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듯, 피하거나 마법으로 튕겨 내고 소멸시켰다.
자신의 방법이 통하지 않자 천명운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검을 멈추자, 드래곤은 허공에서 몇 바퀴를 선회하고는 다시 땅에 착지했다.
－인간. 난 네가 이세계에서 온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조금도 없다. 다만 흥미가 느껴져 시험해 보았을 뿐. 나에게 반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드래곤은 다시 고개를 내려 천명운을 보며 우호적으로 말했지만, 천명운은 여전히 못마땅한 듯이 코웃음 칠 뿐이었다.
“흥. 파충류 주제에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크릉. 날 너무 무시하지 말라. 이 세계에서는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던 존재였으니.
“우리 세계에서도 개나 소도 인간과 같이 다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지.”
드래곤은 ‘개나 소도’가 무슨 뜻인지는 몰랐으나 대충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 어찌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인간은 마법의 탑의 죽지 않는 할망구와 같은 수준의 사람이었다. 거기에 예언을 타고 내려온 이계의 첫 번째 사람.
절대 평범치 않은 인간이었기에 드래곤은 신중히 말했다.
－너와 싸울 생각도 없고 저 뒤의 어린 인간을 해칠 생각도 없음이니 적대감을 거두라. 내가 이곳에 온 사명을 이제야 깨달았음이니.
“흥.”
천명운은 자신 역시 이 커다란 파충류를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 이상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어린 인간, 이리 오라.
드래곤은 멀리 떨어져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율리안을 부르자, 율리안은 스승을 바라보았다.
“이리 오거라.”
스승의 허락이 떨어지자 율리안은 걸음을 옮겨 붉은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붉은 드래곤은 율리안에게 말했다.
－내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커다란 모래 지렁이라는 미물에 속박되었구나. 너로 인해 이 곤경을 벗어났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겠다.
정확한 명칭은 자이언트 샌드 드래곤이지만, 드래곤은 이따위 미물에게 드래곤이라는 명칭이 붙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천명운의 표현식으로 커다란 모래 지렁이라는 표현을 하며 율리안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에? 아… 네…….”
－어린 인간의 용기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너에게 축복을 내리노니, 너는 너의 소원을 나에게 말하라. 드래곤의 언약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법.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한 내 너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니.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말에 율리안은 순간 뭐라 할 말
을 잃은 듯, 이 무서운 파충류와 자신의 스승을 번갈아 보았다.
“꽤나 힘이 있는 것 같구나. 내 상관치 않겠다.”
천명운은 율리안이 머뭇거리자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 생각하며 말하자, 율리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모릅니다.”
－날 아는 인간이란 존재는 몇 되지 않는다. 너는 너의 소원을 그냥 말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이곳에 온 사명을 너로 인해 깨닫고, 너로 인해 자칫하면 수백 년을 이곳에 잡혀 있었을지도 모름이니.
드래곤의 대답에 율리안은 잠시 고심하다가 말했다.
“제가 갖고 있는 꿈에 확신과 운을 빌어 주십시오.”
율리안의 대답에 드래곤은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돌리며 율리안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의 율리안의 꿈이 자신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 정도면 지금도 이루어 줄 수 있었다.
드래곤은 말했다.
－너는 해 달라 원하지 않는구나.
“제 꿈은 제 손에 이루어져야 하고, 복수 역시 제 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남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제 꿈이 아니거니와, 제 복수도 아닙니다.”
율리안의 대답에 기뻐한 것은 천명운이었다.
‘이놈이 자질은 떨어지지만 심지가 굳으니 반드시 크게 될 것이다. 기특한지고. 암! 나 천명운의 제자라면 저 정도의 크기는 보여야 하지.’
－태곳적부터 내려온 나의 이름은 울티마 옵스 리차리아드. 태곳적부터 내려온 나의 권위로 명하노니, 너는 전장에서 나의 가호가 온몸을 휘감싸 안을 것이다.
드래곤의 대답에 율리안은 순식간에 머리가 맑아짐을 느꼈다. 그간의 피로 같은 것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가슴과 단전이 크게 요동치며 마치 기를 토해 내는 것 같은 짜릿한 흥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아아∼!”
이 믿을 수 없는 느낌과 흥분에 율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고함을 질렀고, 천명운은 제자의 맑은 공명음에 내심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 열여덟에 저 정도의 수준이라면, 좀 더 꾸준히 연마를 하면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검으로 기를 다룰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중원에서 무재가 뛰어난 아이와 비슷한 속도.
드래곤은 이내 천명운을 보고 말했다.
－내 이곳에 왜 왔는지 몰랐으나 그대를 보고 나의 사명을 깨달았음이니. 그대는 그대가 이곳으로 온 이유를 아는가?
천명운은 이제야 자신의 이곳에 온 이유의 실마리를 풀어낼 때가 되었음을 알고 물었다.
“너는 알고 있느냐?”
－알고 있음이니. 오랜 대화가 그대와 나에게 필요함이니.
드래곤의 대답에 천명운은 율리안에게 말했다.
“너의 성인식을 축하한다. 너의 용기로 마물을 잡은 것이니 너는 떳떳이 돌아가거라. 나는 이놈과 이야기 좀 하고 가야겠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율리안은 공손히 대답하자, 천명운은 드래곤과 뭐라 몇 마디 나누더니, 드래곤의 목덜미로 날아 앉았고, 드래곤은 날갯짓을 하고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율리안은 드래곤과 스승이 하늘에서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두 마리의 샌드 드래곤의 마정체를 서둘러 수거하려 했다.
자신이 베어 버린 샌드 드래곤의 마정체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나, 드래곤에게 갈기갈기 찢긴 샌드 드래곤의 시체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샌드 드래곤의 마정체를 주머니에 넣고는 율리안은 씩 웃었다.
성인식은 성인식대로 성공리에 끝마쳤고, 스승은 만족의 미소를 보여 주었다. 게다가 드래곤이라는 고대의 생명체에게 알 수 없는 축복을 받아 전신에 힘이 충만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였다.
돌아가는 율리안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레드 스톰Red Storm
전사들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강해지는 과정에
불만을 가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지만,
욕이 나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파레이아의 그로우 바구나 프로보크는 굉장히 기뻐했다. 자신의 아들인 어린 그로우의 성인식 소문 때문이었다.
그가 단독으로 나서 샌드 드래곤의 마정체를 가지고 왔던 것이다.
다른 위험한 마물의 마정체는 그에 곁들인 작은 소식일 뿐이었다.
샌드 드래곤이 어떠한 마물이었단 말인가?
마물의 사막에서도 그 숫자가 극히 적고, 먹이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존재하는 마물 중의 마물인 것이다.

TO BE CONTINUED

If any translator is interested, I can provide all 6 volu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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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n · Nov 1, 2015

kuraian · Nov 1, 2015

If you took that deal I guess a whole different kind of Red Storm would occur...

QueenVIP · Nov 2, 2015

Kinda sad & messed-up that her step-mom would do that to you.
I'll try asking translation groups I know that may help. I like the Red Storm Manhwa, so I think the novel may be a good read too.

Anyways, don't do the deal. You made the right choice.

GODking · Nov 6, 2015

Dude, StaticHD, you should write a novel based on your life. Great stuff.
Anyways, if I were you, I would have rammed that bitch till kingdom come.
I would have even invited your girlfriend and her mom to have an orgy.
I know, I sound unrealistic, but if her step-mom is a total babe, I would not waste time and go HAM ON THAT PUSSY.

Then we can also get a free translation going. I don't understand why you hesitated dude.
Your luck cannot get any better than this. This is a once in a life time opportunity.
She would obviously keep it a secret from your GF.
Man the hell up and fuck her for that novel translation.

CDLevit · Nov 6, 2015

First of all, I think that the term step-mother explains all.
Secondly, I don't think that love does exist, but that's my opinion, you don't need to avoid that women in public, just try to not be slone with her whatever the reasons may be.
Thirdly, if yoy want the translation. Talk with someone who trsnslates korean novels in tge idea that, even if he/she won't translate it, at last, there will be an indirect help, for example, where to find someone to translate. You can also talk with the one who translates Ark or the one from clickyclick or the old team (from royalroad/japtem) that translated Lms. There's also the possibility to talk with the ones from wuxiaworld to help you find someone who wish to translate it- there's the oportunity to receive donations for translating. Prrsonally, no offense, I don't like the manwha.

@the person with fantasies, if you don't keep them for you, at least, don't instigate. Real life's more than intellectual choices and you need time to choose if you don't want to regret.

GODking · Nov 6, 2015

@the person with no fantasies, if you tell people your opinions, it is merely a suggestion, and not a command. I can instigate all I want because that is the way of a GODking. I mean, common! Your GF has a hot MILF step-mom and she wants to secretly bang you?

I don't think it matters whether you are intellectual or not. People need time to do something first and think about regrets later.
It's all about living in the moment. Then we can all enjoy the translations for free.
Think about it.

CDLevit · Nov 6, 2015

@it's not a problem to have fantasies, the problem is when you try withouth a second tought to apply them in real life. My common sense tells me that in the precedent case- Statichd's case- there's something close to love, if not love. Are you suggesting that he seduced his girlfriend so that he could sleep with her or that he has other reasond to be with her?
I don't like where this discussion goes because it doesn't solve his problem, nor does it help anyone.

If he were to follow what you saied it's like choosing to regret. Who says that you need time only to do something? Sometimes the journey worths more than the ending.. And you leave me the impression that when you say time you want to say the time allocated to do the act not the time to think if you want or not to do the act.
You can't live in the moment for people have something callead reason. And to give an correct or at least an helpful answer in his situation I think that time is essential for him. And the choice is his, not yours..

Saitama · Nov 9, 2015

StaticHD said: ↑

I asked allot of Korean-Novel Translation groups - but I really don't understand why it has been so difficult to get this novel translated.

Red Storm Novel Info: https://www.wlnupdates.com/series-id/2975
Red Storm has a Webtoon: https://www.mangaupdates.com/series.html?id=97730
It has a decent fanbase, so taking this as a project would only increase your potential viewer-ship.

I gave up on the INTERNET, and tried asking my girlfriend's step-mom because she grew up in Korea and knows the language very well. She said the novel doesn't interest or motivate her enough to do it for free and that I would have to pay her thousands of dollars to get it done. I then told her that I don't have that kind of money to give. She looked at me up and down, saying that she'd agree to do it without pay - if, and only if, I'd agree to have sex with her as compensation. This woman is very attractive (a total MILF), but she definitely knew how intimate her step-daughter and I were. At this point, I didn't know if she was really serious - she could be testing my loyalty to her step-daughter. I told her that she was crazy for that insanely provocative suggestion. She chuckled and then erotically walked away saying that I wouldn't be able to handle her - she said this while bending down showing me her behind in an inviting manner - as if to mock me. It was at that moment that she saw the hungering-reaction that my face expressed. Seductively, she walked towards her bedroom door and used her fingers to give me the "come here" gesture. I did not know how I managed to harden my resolve, but I told her that the love I have for my girlfriend is far above any novel translation - and then I took my belongings quickly left the premises.

I understand that my girlfriend's dad is a productive businessman - working in different countries and is rarely home. But I still don't understand why her step-mom would want to attack me - her step-daughter's boyfriend. I told my girlfriend about the recent situation, but she doesn't believe me - laughs while saying that it could only happen in my dreams. It's true, I've often dreamed about her step-mom, but never in a million years would I have thought this to happen!

I'm sorry for ranting. I'm just tired of this situation. Can someone save me from this NTR tempting-depravity? I do not want to be forced to commit adultery just to get a Korean novel translated. Please, may I ask that someone attempts to translate, at least, one chapter from the first volume of the Red Storm Novel?

Below is a spoiler to the text from chapter one of vol.1 that I've managed to scrape from a Korean e-book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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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YOU HAD TO DO WAS FUCK HER
WHY DIDNT YOU TAKE ONE FOR THE TEAM?
THE LEECHING TEAM!
lol i'm sorry i was laughing my ass off while reading your rant
but i actually didnt know that Red Storm had a novel as well
i tried looking for one and couldn't find it lol so it seems it has never been translated

JEI · Nov 23, 2015

That was like a novel-esque scenario wasn't it? Experiencing something like that just to read the same scenario in novels. Oh the irony....

ensj · Dec 7, 2015

I'll look into it once I have time. I can't guarantee that I would actually pick it up, since I have a lot of things on my plate already.

ensj · Dec 7, 2015

Haha, I tried looking into the novel, and I can understand why the other translators didn't dare touch this monster. Each book is split into just three chapters. That means each chapter is about 100 pages long... Welp, it's going to take a few months for each chapter to come out if I were to pick this up...

QueenVIP · Dec 8, 2015

In my opinion, a few months is better than nothing. Or am I wrong?
Also, if the length of a chapter becomes a major problem on timely releases, and the popularity is high...
Then, you could just post in parts for the impatient peeps. And post a full chapter whenever for the patient peeps.

I love the manhwa webcomic, but could you give an idea of how closely it follows the novel?
Like, are there some major differences? Or is it impossible to tell unless you fully translate it?

Azure · Dec 8, 2015

That is certainly an interesting post to try to tempt a translator with. On topic, I had no idea it actually had a novel. I've been a big fan of the manhwa ever since the prologue was translated.

rav1980 · Jan 19, 2016

I take it this novels translations are going nowhere fast.

CaseyTL · Jan 26, 2016

Hey Guys, I'm translating this right now.... I decided to pick up on this series. Wish me luck

Rakshanu · Jan 26, 2016

CaseyTL said: ↑

Hey Guys, I'm translating this right now.... I decided to pick up on this series. Wish me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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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 Ya

moto · Jan 26, 2016

horny milf is horny milf. Props tho for being dedicated to your gf tho.

Bakdal · Apr 16, 2016

Hi, anyone ended up translating this light novel? The manwha rocks and I would love to read the light novel!!!!
Thanks

Recklezz · Apr 17, 2016

StaticHD said: ↑

I asked allot of Korean-Novel Translation groups - but I really don't understand why it has been so difficult to get this novel translated.

Red Storm Novel Info: https://www.wlnupdates.com/series-id/2975
Red Storm has a Webtoon: https://www.mangaupdates.com/series.html?id=97730
It has a decent fanbase, so taking this as a project would only increase your potential viewer-ship.

I gave up on the INTERNET, and tried asking my girlfriend's step-mom because she grew up in Korea and knows the language very well. She said the novel doesn't interest or motivate her enough to do it for free and that I would have to pay her thousands of dollars to get it done. I then told her that I don't have that kind of money to give. She looked at me up and down, saying that she'd agree to do it without pay - if, and only if, I'd agree to have sex with her as compensation. This woman is very attractive (a total MILF), but she definitely knew how intimate her step-daughter and I were. At this point, I didn't know if she was really serious - she could be testing my loyalty to her step-daughter. I told her that she was crazy for that insanely provocative suggestion. She chuckled and then erotically walked away saying that I wouldn't be able to handle her - she said this while bending down showing me her behind in an inviting manner - as if to mock me. It was at that moment that she saw the hungering-reaction that my face expressed. Seductively, she walked towards her bedroom door and used her fingers to give me the "come here" gesture. I did not know how I managed to harden my resolve, but I told her that the love I have for my girlfriend is far above any novel translation - and then I took my belongings quickly left the premises.

I understand that my girlfriend's dad is a productive businessman - working in different countries and is rarely home. But I still don't understand why her step-mom would want to attack me - her step-daughter's boyfriend. I told my girlfriend about the recent situation, but she doesn't believe me - laughs while saying that it could only happen in my dreams. It's true, I've often dreamed about her step-mom, but never in a million years would I have thought this to happen!

I'm sorry for ranting. I'm just tired of this situation. Can someone save me from this NTR tempting-depravity? I do not want to be forced to commit adultery just to get a Korean novel translated. Please, may I ask that someone attempts to translate, at least, one chapter from the first volume of the Red Storm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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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i love Red Storm (Manga) I hope it will be translated it is quality work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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